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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투표함 못넣나” “1번 찍힌 용지 뭐냐” 확진자 투표 항의 빗발
양병택
2022. 3. 6. 07:43
기표한 투표지, 밀봉도 하지않고 보조원 받아서 운반 쇼핑백, 골판지 상자, 플라스틱 바구니로 운반한 곳도, 온라인선 ‘투표혼란상 인증샷’ 쏟아져. 선관위 “확진자 투표 인원 많아 혼란 있었다”

“‘이재명’ 미리 찍어놓은 이 투표용지는 도대체 뭐냐고요!” (40대 여성 유권자)
”저도 잘 모르겠어요.” (30대 남성 투표 보조원)
“모른다고? 그게 말이예요? 내 투표용지는 내가 직접 들고 들어가서 투표함에 넣어야겠어요.” (유권자)
“안됩니다. 저한테 맡기시고 돌아가셔야 합니다.” (보조원)
“안되긴 뭐가 안돼요. 제가 뭘 믿고 그쪽에게 제 표를 맡겨요, 봉투 밀봉도 안해서 뻔히 열고 다니면서…” (유권자)
“선관위 직원 나오라해요!” (다른 남성 유권자)
5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코로나 확진자·격리자 투표소에서는 이런 고성이 오간 끝에 대기 행렬에서 기다리던 유권자 열댓명이 투표를 거부하고 귀가했다. 이 투표소에서는 확진자의 경우 야외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한 뒤, 빈 봉투에 담아 보조원에게 전달하면, 보조원이 혼자 이를 들고 실내로 들어가 투표함에 넣기로 했는데, 한 40대 여성 유권자가 자신의 투표용지를 넣을 봉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기표된 용지 1장이 이미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신사1동 투표소 확진자 임시기표소에서 40대 유권자가 자신의 투표용지(맨밑장)를 담을 봉투(가운데) 속에서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기표된 투표용지(맨윗장)를 발견했다. 이 일로 기다리던 유권자 열댓명이 항의 끝에 투표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봉투를 들고온 보조원은 "나는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독자제공
이처럼 이날 진행된 제 20대 대통령 선거 코로나 확진자 사전투표가 전국 곳곳의 현장에서 대혼란을 빚었다. 신사1동에서는 ‘봉투’를 이용했지만, 어떤 투표소에서는 종이쇼핑백이, 어떤 투표소에서는 골판지 상자가 등장했다. 봉투에 유권자 이름을 적어서 걷어간 투표소도 있었다. 여기저기서 고성을 동반한 항의가 발생했고, 인천 등에서는 투표가 중단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제20대 대선 투표관리 특별대책’에 따르면 확진·격리 유권자들은 투표 현장에서 선거사무보조원에게 신분을 확인받은 뒤 투표용지 1장과 임시기표소 봉투 1장을 배부 받는다. 이후 전용 임시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한 뒤, 용지를 미리 받은 빈 봉투에 넣어 보조원에게 전달한다. 보조원은 참관인 입회 하에 봉투에서 투표지가 공개되지 않도록 꺼내 투표함에 넣어야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이런 매뉴얼과는 전혀 달랐다. 은평구 신사1동을 비롯한 여러 기표소에서 보조원이 참관인 없이 혼자 돌아다니며 투표용지를 건냈고, 기표된 표를 들고 다녔다. 다른 지역에서는 여러 명의 봉투를 한꺼번에 수거하거나, 종이봉투에 담아 야외에 방치하는 등의 주먹구구식 진행이 발생했다.
‘봉투’도 현장에선 ‘쇼핑백’, ‘구멍뚫은 골판지 상자’ ‘플라스틱 바구니‘ 등으로 제멋대로 운용됐다. 전주 덕진구 농촌진흥청 등 일부 투표소에선 봉투에 유권자 이름을 적어서 표를 담았다. 곳곳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함을 가지고 오면 직접 넣겠다” “봉투를 봉할 수 있는 풀이나 스테이플러를 가져다 달라”고 소리쳤다. 보조원들은 “우리는 선관위가 하라는 대로 절차에 따라 한다”며 거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