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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울고갈 한동훈 청문회
양병택
2022. 5. 11. 06:37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잔다”고 했다. 이런 의원이 조 전 장관 가족 비리를 수사한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착각하고 발언했다가 청문회 전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김 의원을 돕는 보좌진만 8명이다. 본인 연봉을 합쳐 세금 6억원가량을 매년 인건비로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관련 기사를 제대로 읽었으면 그런 실수는 막을 수 있었다. 기도만 하고 공부는 안 한 모양이다.
같은 당 최강욱 의원의 보좌진은 9명이다. 작은 기업 규모다. 이런 의원이 익명 처리된 기부자 이름을 한 후보자 딸 이름으로 단정하고 발언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사실은 기업 이름인 ‘한국쓰리엠’이었다. 이게 사람 이름이면 성은 ‘한’이고 이름은 ‘국쓰리엠’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김 의원처럼 최 의원 실수도 한 후보자가 즉석에서 바로잡았다.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익명 처리된 이름이 ‘영리법인’ 이름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상대방이 바로 알아낸 사실을 어떻게 10명이 몰랐나.
청문회 초반 최강욱 의원을 청문회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후보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최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라 공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사실 이것은 그에겐 한가한 문제에 속한다. 그는 친분이 있는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조국 비리의 공모자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청문회에 나와 “부모 찬스” 운운하면서 조국 비리 수사 당사자를 검증하는 게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최 의원에겐 한가한 문제에 속한다. 그가 청문회에서 열을 올릴 때 민주당은 그를 당 윤리심판원에 넘겼다. 민주당 화상회의 때 최 의원이 화면을 켜지 않은 의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고, 이를 은폐하려고 했고, 이 문제를 외부에 말한 유출자를 색출하려고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자칭 ‘검찰 개혁’ 회의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때 성희롱 발언을 들은 당사자이면서 입을 다문 사람이 ‘이모’ 김남국 의원이다.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자가 경쟁하듯 헛발질을 하면서 복수 기회를 날려먹었다. 조 전 장관의 낙담 소리가 TV 너머로 들리는 듯했다.
한동훈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보여준 초식(招式)은 특별하지 않았다. 꼼꼼하고 정확했을 뿐이다. 김남국 의원이 미국의 사법 룰을 내세워 비판했을 때 한 후보자는 그가 어떤 신문 기사를 보고 말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한 후보자는 기사가 잘못이라고 지적했고 김 의원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같은 당 김종민 의원이 똑같이 주장했다. 김남국 의원이 지적당할 때 자리에 없었던 모양이다. 한 후보자는 귀찮은 듯 이번엔 바로잡아주지도 않았다. 김종민 의원의 보좌진은 10명이다. 지지자들 환심을 사려고 수호대를 자처했을 뿐 조국의 신원(伸冤)을 위한 공부는 다들 게을리했다. 조국 뒤에서 그냥 놀고먹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