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의 문화 지체가 심각하다. 허동현 경희대 교수의 최근 지적대로 그들은 아직도 낡은 수정주의에 집착하고 있다. 자칭 ‘진보 세력’의 시대착오와 현실 왜곡은 뿌리가 깊다. 일례로 1980년대 후반 한국 지식계를 휩쓸었던 사회 구성체 논쟁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이 논쟁은 대한민국 체제 전복과 사회주의 혁명을 지향하는 소위 ‘민중·민주 세력’이 이끌었다. ‘반미 구국’ 투쟁이 급선무라 여겼던 민족 해방(NL) 세력은 당시 대한민국이 “식민지 반(半)봉건사회”라 외쳐댔고, 인민 해방을 표방했던 민중 민주(PD) 세력은 “신식민지 국가 독점 자본주의”라 우겨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