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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스노보드 판을 180도 뒤집다
양병택
2023. 3. 4. 09:36
17세 소년이 하늘 위로 날아 오르며 한국 설상(雪上) 종목 역사를 새로 썼다.

스노보드 기대주 이채운(17·수리고)이 한국 남녀 스키·스노보드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가 높은 대회다. 이채운은 3일 조지아 바쿠리아니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3.50점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 역사상 남자부 최연소 챔피언으로도 이름을 남겼다.

한국 스키·스노보드는 여태까지 세계선수권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이전까진 2017년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듀얼 모굴 종목의 서지원과 2021년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의 김상겸이 기록한 4위가 한국 스키·스노보드의 역대 세계선수권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올림픽에선 이상호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건 게 최고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선수들은 반원통형 슬로프를 타고 오르내리며 점프와 회전 등을 통해 화려한 공중 연기를 펼친다. 심사위원들은 기본 동작과 회전, 기술, 난도에 따라 공중 연기를 채점해 순위를 정한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스노보드 속도가 떨어져 연기를 이어나갈 수 없다. 따라서 대회마다 다르지만, 보통 3~4차례 시기를 거쳐 그중 가장 높은 점수로 최종 순위를 매긴다.
이채운의 우승 과정은 극적이었다. 이채운은 1차 시기에서 77.25점, 2차 시기에서 86.00점을 기록했다. 2차 시기까지 마친 시점에서 1차에서 89.25점을 얻은 얀 셰러(29·스위스)와 2차에서 86.50점을 따낸 스코티 제임스(29·호주)에 이은 3위였다.
하지만 이채운은 마지막 3차 시기에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결과를 뒤집었다. 초반부터 최고난도로 꼽히는 1440도 회전 기술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93.50점을 받아, 역시 3차에서 93.00점을 기록한 밸런티노 구셀리(18·호주)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셰러는 3차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결국 3위에 자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