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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경제 행보 李, 선거용 아닌 진심이길

양병택 2025. 4. 29. 06:4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의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뿐 아니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묘소도 참배했다. 이 후보는 “국민이 찢어지지 않게 통합하는 온 국민의 후보가 되겠다”고 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윤 전 장관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안철수 의원 등을 도왔었다. 이 후보는 보수 진영 인사들도 다수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장관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SK하이닉스를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공약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경제·통상 위기를 넘을 첨단 기술·산업 육성 전략을 밝히고 탄핵 사태로 인한 국민 갈등을 치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

 

다만 이런 통합과 경제 행보가 선거용 제스처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동안 이 후보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꾸곤 했다. 성장을 중시하는 ‘먹사니즘’ 정당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과 남아도는 쌀 매입법, 노조 편향적인 노란 봉투법, 기업들이 반대하는 중대재해법과 상법 개정안, 반도체 연구직 주 52시간 예외 반대 등 포퓰리즘·반기업 정책을 밀어붙였다.

 

경제 살리기가 가장 시급하다면서 여·야·정 국정 협의체를 외면한 채 장외로 나갔다. ‘기본 소득 재검토’ 2주일 만에 기본사회위원회를 만들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가 추경안에 10조원 지원금을 넣었다.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를 수용할 것처럼 말했지만 노조가 반발하자 입장을 바꿨다.

 

이 후보는 ‘불체포 특권 포기’를 수차례 공약했지만 자신의 체포동의안은 부결시켜 달라고 했다.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했다. 과거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하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자”라고 했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뀔 순 있지만, 대통령이 그래선 안 된다. 나라와 정책이 방향을 잃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반목과 갈등, 낙후뿐이다. 이 후보처럼 언행 변화의 폭이 크고 빈도가 잦은 경우엔 그런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앞으로 성장·실용·통합을 앞세우고 이념과 포퓰리즘을 멀리하기 바란다. 만약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약속을 퇴임 때까지 지켰으면 한다. 그렇다면 국민 모두가 박수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