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득표율 80% 넘긴 호남서 유일하게 김문수가 이긴 '이곳'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호남 지역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유일하게 승리한 곳이 있다. 국립 소록도 병원이 있는 전남 고흥군 도양읍 4투표소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 투표 결과 도양읍 4투표소에서 김 후보는 239표 중 118표(49.4%)를, 이 대통령은 108표(45.2%)를 얻었다.
주변 민심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광주 지역에서 이 대통령은 84만4682표(84.77%)를 얻었고, 김 후보는 7만9937표(8.02%)에 그쳤다. 전남에서도 이 대통령은 111만1941표(85.87%)를, 김 후보는 11만624표(8.54%)를 얻어 비슷한 득표율을 보였다. 광주‧전남에서 이 대통령이 김 후보보다 적은 표를 얻은 곳은 도양읍 4투표소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표소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줄곧 보수 후보를 지지하며 ‘호남 속 TK’로 자리 잡았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96표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182표를 받았다.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270표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는 158표를 던졌다. 19대 대선의 경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87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117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11표였다. 20대 대선 역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30표를 얻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207표)에게 밀렸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머니 고(故) 육영수 여사와의 인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록도 병원은 전국 각지의 한센인들이 이주해 생활하는 곳으로, 육 여사는 생전 한센병 환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육 여사는 1974년 소록도에 있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2000여 만원의 기금을 냈고 이 돈으로 양로원을 짓게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한센인 모임 등에 자주 참석했고, 2007년 5월 소록도에서 열린 ‘전국 한센가족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김문수 후보와도 인연이 있다. 한센인 강찬모씨는 지난달 27일 김 후보에 대한 방송 찬조 연설에서 “저희 한센인들에게 김 후보는 너무나 고마운 사람, 큰 은인”이라며 “8년 동안의 경기도지사 직이 끝나자마자 소록도에 있는 한센 병원으로 달려가 한 달 동안 중증 한센병 환자들의 피고름을 닦아주는 봉사 활동을 했다. 육영수 여사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대선보다는 후보간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는 지난달 27일 소록도 병원을 찾아 주민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김 여사는 방명록에 “아픈 시간을 견뎌온 삶의 자리, 그 용기와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함께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2025년 6월 5일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