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사납다.
봉건 전제 왕조 체제에서 백성들에 대한 수탈은 가혹하기 일쑤였 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백성들을 가혹하게 수탈하는 관리들을 대 상으로 한 '가혹한 관리들의 기록'이란 뜻의 <혹리열전吏列傳)〉을 전문적으로 남기기까지 했다.
가혹한 정치를 의미하는 '가정맹호'는 가정맹어호(政猛於虎)'의 줄임말로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더 사납다'는 뜻이다. 비슷한 사자성어는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있다.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고 재물을 빼앗다'는 뜻이다.
'가정맹호'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한다. 어느 날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더불어 수레를 타고 태산(泰山) 근 처에 이르렀을 때, 깊은 산속에서 웬 여인이 서럽게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는 이상히 여겨 살펴보게 하니 울음소리는 앞쪽 무덤가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공자 일행은 수레를 급히 몰아 그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가면서 제자인 자로(子路)를 먼저 보내 사연을 알아보게 했다.
자로가 사연을 묻자 여인은 자로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곳은 참으로 무서운 곳이랍니다. 옛날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물려 가셨고, 이어 제 남편과 자식이 모두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답니다.”
자로가 그렇게 무서운 이곳을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곳은 가혹한 세금에 시달릴 걱정이 없습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너희들은 마음에 깊이 새겨 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사나운 것이니라.”
조선왕조 중기의 문신인 조익(趙翼, 1579~1655)은 정치가 백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날 (하나라) 우왕(王)이 홍수를 막은 것이나, 주공(周公)이 오랑캐를 합병하고 맹수를 몰아낸 것은 모두 해로운 것을 제거하여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 탐관오리와 불평등에 따른 피해가 비록 홍수나 맹수처럼 혹독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침탈 로 인한 고초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끝내는 고혈을 짜내고 가산 을 탕진한 채 뿔뿔이 흩어져서 떠도는 결과에 이르렀으니, 홍수와 맹수의 피해보다 못하다 하겠습니까? 그래서 옛사람들이 백성의 곤궁함을 비유해서 범보다도 무섭다고 한 것입니다.”
사마천은 상고시대 고요(皐陶)라는 현자의 말을 빌려 정치의 핵심 이란 재지인(在知人), 재안민(在安民)'에 있다고 했다. '백성의 마음 을 알고, 백성을 안정시킨다'는 뜻이다. 백성의 안정이란 백성의 생활 안정을 말한다. 생활의 안정이란 넉넉한 생활을 가리킨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가혹한 세금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부는 극소수에게 몰려 있고, 백성들의 소득은 제자리이다. 심지어 시급 1만 원조차 인색한 현실이다. 정치의 요체가 바름에 있고,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안정시키는 데 있다는 기본을 정치가들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가혹한 정치보다 낫다는 여인의 울음이 큰 울림으로 다 가오는 현실이다.
2025년 6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