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반기문과 인명진 그리고 보수
    스크랩된 좋은글들 2016. 12. 27. 07:53


                    반기문과 인명진 그리고 보수

    복지와 민생은 진보와 타협 가능하지만 '안보 정통주의'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보수의 가치

    인명진 영입한 새누리 잔류파와 반기문에 공들이는 비박 탈당파  이 원칙만큼은 놓지 말아야


    새누리당이 분당하면서 친박-비박 사이에는 '가짜 보수, 진짜 보수' 논란이 불거졌다. 진짜 보수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이론적 조명은 유명한 사상가들의 책에 다 나와 있다. 그러니 그런 이야기를 새삼 들먹일 필요는 없다. 보수 앞에 '개혁적' '합리적' '중도적' '정의로운' '따듯한'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작위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걸 부각하려는 것이겠지만, 그런다고 보수-진보 표(票)를 다 끌어모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보수란 정말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할 것인가?

     

    한국 보수의 양보할 수 없고 양보해서도 안 될 최소치(値)는 '안보 정통주의'라 해야 할 것이다. '시장 정통주의'도 물론 보수의 기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보수도 '복지 예스(yes), 갑(甲)질 노(no), 시장 실패 보완'이라는 필요에 무관심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민생 대책에선 보수도 '진취적'인 정책 수단을 가져다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안보에선 다르다. 안보에서마저 보수가 본연의 원칙주의를 양보한다면 그 보수엔 더 이상 보수라 칠 만한 게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안보 현실에서 보수의 원칙을 지키며 산다는 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최근에 한 말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 "개성공단 재개, 사드 배치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국정원 그대로 둘지 심각하게 판단." "청산과 개혁 위해 시민사회 참여의 사회 개혁 기구 구성." "거대한 가짜 보수 정치 세력을 횃불로 불태워버리자." "역사 국정교과서 등 박근혜 정책 집행 중단해야." 이건 물론 문재인 전 대표 나름의 '양심의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보수라고 자처하려면 그런 문재인적 '양심의 자유'에 동조하거나, 그것에 떠밀려가거나, 그것을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한·미 공조보다 '남·북 공조'가 더 일러야 한다"는 듯한 순서 매김, 전 세계적인 대북 제재와 달리 개성공단을 즉시 다시 열자는 듯한 발언, 한·미 사이에 이미 약속된 사드 배치를 뒤로 미루자는 듯한 어투, 국가 정보기관을 "고치자"고 하기보다 "그대로 둘지…" 회의(懷疑)하는 말, 시민사회(운동단체?)가 참여하는 사회 개혁 기구 설치 같은 생경한 논리, 현행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해선 아무 비판 의사도 없는 듯한 시각 등 이런 입장에 정면으로 '노'라고 말해야 그게 한국적 보수의 최저선(線)일 것이다.

     

    이 최저선을 지키지 않으면 제아무리 근사한 '합리적' '개혁적' '중도적' 운운의 수사학으로 치장한다 할지라도 그거야말로 겉만 번지르르한 위선적 보수다. 새누리당의 친박계와 비박계는 지금 서로 "내가 진짜 보수, 너희는 가짜 보수"라 하고 있지만, 보수 적통(嫡統)의 기준은 '안보 정통주의'를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에 있다는 걸 분명하게 설정하고서 싸워도 싸워야 할 것이다.

     

    이런 기준을 정해놓고 따질 때 친박과 비박엔 각기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친박 등 새누리당은 그동안 통진당 해산, 개성공단 폐쇄, 국제적 대북 제재, 역사 교과서 등에서 보수의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런데 신임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그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그는 말했었다. "개성공단 같은 걸 북한에 여러 개 만들어야…. 지금은 통일을 말할 때가 아니라 경제 협력을 할 때…. 북·미 수교, 북·일 수교를 우리가 앞장서 주선해야."(2015년 6월 14일 언론 인터뷰) 그렇다면 새누리 잔류파는 앞으로 어디로 간다는 것일까?

     

    비박 탈당파는 '개혁 보수'를 자임하면서 '반기문을 영입해 국민의당과 제3의 빅 텐트를 치겠다'는 꿈을 꾸려면 꿀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게 있다. 그 제3의 빅 텐트는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정파가 되는 것인가, 반대하는 정파가 되는 것인가? 안철수·박지원은 '사드 반대'다. 김무성·반기문은 '사드 찬성'일 것으로 알려졌다(잘못 안 건가?). 그렇다면 그 넷이 어떻게 한 텐트 안으로 들어간단 말인가? 반기문은 박지원에게 신(新)DJP 연합을 제안했다고도 한다(23일 TV조선-박지원 전화 인터뷰). 사실이라면 더 어리둥절해진다. 반기문은 무슨 셈법에서 박지원이 '사드 배치-개성공단 폐쇄 반대'라는 걸 알았을 터인데도 그와 연합하려 했을까?

     

    새누리당은 갈라섰다. 하지만 양쪽이 경제에선 차별성을 보이더라도 안보에선 보수 원칙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2016년 12월 27일 조선일보 류근일칼럼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