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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 표면 흙에 소변 성분 섞어 우주 기지용 벽돌 만들어요
    서울하수도과학관 2023. 9. 5. 08:05

    오줌 활용하기

     /그래픽=진봉기

    '오줌' 하면 가장 먼저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화장실·지린내·더러움…. 아마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일 거예요. 사실 오줌의 사전적 정의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어요. '혈액 속 노폐물과 수분이 신장에서 걸러진 뒤 몸 밖으로 배출된 액체'라고 설명돼 있거든요. 그야말로 '필요 없는' 물질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 오줌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오줌으로 건강을 체크할 수도 있고, 농사에 필요한 비료를 만들 수도 있어요. 특히 우주에서는 소중한 자원이 됩니다. 우주인들이 우주정거장에 장기간 머물 때는 물론, 앞으로 달이나 다른 행성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데 여러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냄새나고 쓸데없는 오줌이 우주에서 쓸모가 있다니,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오줌으로 만든 물 마셔요

    신체 활동에 물은 꼭 필요하죠. 우주인들이 우주에 오래 머물면, 그만큼 많은 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주 탐사를 갈 때 머무르는 기간만큼 필요한 물을 다 챙겨 가기는 어렵습니다. 우주까지 가려면 필요한 짐을 최소로 하는 게 좋기 때문이에요. 필요한 짐이 늘어날수록 로켓이 무거워지고 연료도 많이 쓰게 돼요.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줌에 주목했습니다. 우주에서도 우주인이 활동을 하면 오줌은 무조건 만들어지죠. 인간이 하루 배출하는 오줌이 평균 1.5L이고, 오줌을 구성하는 성분 중 90%가 물이에요. 따라서 오줌을 활용해 우주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줌을 식수로 재활용하는 기본적인 원리는 '증류'예요. 증류란 어떤 용액에 열을 가해 액체를 기체 상태인 수증기로 만들고, 이 수증기를 따로 모아 다시 액체 상태로 바꾸는 과정이에요. 용액에서 불순물을 제거할 때 주로 사용하지요. 다시 말해 오줌을 증류해 아미노산·요산·요소 등 물질을 걸러내고 순수한 물만 분리해 내는 거예요.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오줌에서 수분을 더 많이 분리해 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선보였어요. 기존의 오줌 처리 장치는 순수한 물을 분리하고 남은 찌꺼기에도 미량의 수분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어요.

    최근 개발된 장치는 처리하고 나온 찌꺼기를 한 번 더 걸러내 수분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냅니다. 찌꺼기에 뜨겁고 건조한 공기를 쬐어 수분을 기체 상태로 만들고, 특수한 막에 통과시켜 수증기만 분리해 내는 거예요. 이 장치를 사용해 오줌에서 식수를 만드는 재활용률을 기존 93%에서 98%까지 높일 수 있었어요. 과학자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물이 지구의 수돗물보다 훨씬 깨끗하다고 설명했어요.

    오줌 찌꺼기로 전기 만들어요

    오줌으로 전기를 만들어 쓸 수도 있습니다. 오줌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들면서 걸러낸 불순물을 이용하죠. 이 불순물에는 '요소'라는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요소를 활용하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요.


    실제로 오줌으로 전기를 만들어 화장실 조명을 켜는 데 성공한 연구팀이 있습니다. 영국 브리스틀 웨스트잉글랜드대 연구진이 오줌을 이용하는 미생물 연료전지를 통해 조명용 전기를 생산하는 화장실을 만들었어요.

    미생물 연료전지는 이름 그대로 세균이나 효모, 바이러스같이 맨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아주 작은 생물을 이용해요. 미생물을 오줌이나 생활하수에 넣으면 생명 활동을 하기 위해 그 안에서 필요한 유기물질을 분해해 사용해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원리입니다.

    연구진은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의 의뢰를 받았어요. 전기 시설이 부족한 난민 캠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죠.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는 간이 화장실을 만들고, 미생물 연료전지 장치를 연결했어요. 이 화장실은 사용자가 오줌을 누면 미생물 연료전지가 작동되고, 그 전기로 주변 가로등을 켤 수 있어요. 전지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주 공간에도 미생물 연료전지 장치를 설치하면 식수로 재활용한 뒤 남은 찌꺼기를 활용해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로 여러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답니다.

    오줌 벽돌로 달 기지 지어요

    과학자들은 우주여행을 넘어 우주에 오래 머물며 생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아닌 또 다른 행성에서 살 수도 있고, 먼 우주를 여행하기 위해 달이나 화성에 중간 기지를 만들어 휴게소처럼 이용할 수도 있죠.


    다만 달이나 화성처럼 지구 밖 공간에 건물을 지으려면 가장 큰 문제는 재료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입니다. 철근이나 시멘트 등 지구에서 사용하는 재료를 실어 나를 수 없으니까요. '레골리스'라 불리는 달 표면 흙을 이용하면 효율적이지만, 건축 재료로 쓰기엔 부족합니다. 흙과 먼지로 이뤄져 있어 잘 뭉쳐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오줌입니다. 전기를 만드는 데 활용한 오줌 속 요소가 퍼석퍼석한 레골리스를 잘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우주국(ESA)이 주도한 공동 연구팀은 이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해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레골리스와 성분이 비슷한 흙에 물과 요소 성분을 더해 잘 버무려 찰흙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이 찰흙을 쌓아 벽돌을 만들었는데, 80도 열에도 잘 견뎠고 지구에서 쓰는 건축자재만큼 단단했습니다. 연구진은 달에서 건물을 지을 때 레골리스와 우주인의 소변, 그리고 극지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얼음으로 물을 대체하면 달 기지를 튼튼하게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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