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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임기'와 '李 성공'의 아주 위험한 쌍곡선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4. 6. 20. 05:05
     
     
     

    지난 14~15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에 관한 여론조사는 의미심장하다. ‘형사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진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국민 73%가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응답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피고인으로서 형사 사건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한다면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매번 재판에 출석해 피고석에 앉아 있는 모습부터 상상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대표는 1심이나 2심에서 이미 유죄를 받은 피고인의 처지일 가능성까지 있다. 대통령이 돼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답한 사람들의 생각 속엔 ‘재판 중인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 뜻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놀랍게도 민주당 지지자의 58%, 조국혁신당 지지자의 67%도 이 의견에 동조했다. ‘피고인 대통령’에 대한 문제 의식은 정파에 관계없이 널리 퍼져 있다는 뜻이다. 특히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에게서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문제 의식이 더 크게 나타난 점은 앞으로 이 대표와 조국혁신당의 관계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 대해 9년 6개월 징역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것은 파죽지세로 보이던 이 대표가 만난 예상 밖 암초였다. 이 정도 중형이 나올 줄 몰랐던 이 대표는 일대 쇼크를 받았다. 이 대표 진영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는 이 대표가 맞닥뜨린 사법 리스크가 쉽게 넘을 수 없는 심각한 난제라는 사실을 새삼 부각시켰으며, 이 대표가 앞으로 선거법 위반이나 위증 교사, 대북 송금,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실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이 리스크가 극대화될 것이란 사실을 숫자로 보여주었다. 이 대표가 언론에 대해 막말을 퍼붓고 지지층이 판사 탄핵을 선동하는 것은 이 리스크의 심각성을 역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자의 다수가 ‘피고인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 대표가 민주당을 아무리 친명 일색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앞으로 생각지 못한 당내 도전이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계속 굴러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남은 3년 임기를 마치고 정상적으로 다음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면 지금은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고 있는 민주당 내 친노 친문과 조국혁신당에서 이 대표에 대한 도전이 지금으로선 예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커져 갈 수 있다.

     

    반면 만약 어떤 이유이든 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거나 그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이 대표에 대한 야권 내부 도전은 세를 얻을 시간과 명분 모두가 부족해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과 같은 비정상 대선은 이 대표가 가장 바라는 대선일 수 있다.

     

    이 대표는 먼저 시간과 싸워야 한다. 대선 전에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어 아예 출마를 할 수 없다. 실제로는 대선 1년 전쯤, 대략 2026년 3월 전까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지 못하면 이 대표는 일단 피선거권은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았는데 대법원이 유력 대선 후보의 출마 자체를 막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대표로서는 앞으로 2년 이상 사법부에 압박을 가해 재판을 지연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정국을 비상 상황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지금까지는 정치적 구호에 그쳤던 ‘대통령 탄핵’이 실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대표의 생각이 여기에 미친다면 정치권은 3년 내내 소용돌이칠 수밖에 없다.

     

    이 대표에게는 채 상병 특검이나 김건희 특검이라는 좋은 ‘탄핵용’ 소재가 있다. 두 문제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어 어느 정도 명분도 갖고 있다. 실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표결까지 몰고 가 정치 사회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어느 정도 묻힐 수 있다. 사법부도 이 상황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대통령 탄핵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비상 정국 내내 야권의 유일 리더로 역할을 할 이 대표의 위상은 유지될 수 있다. 그렇게 대법원 확정 판결도 최대한 늦출 수 있을지 모른다.

     

    이 대표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김건희 문제’가 추가로 터져 윤 대통령이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도 들어 있을 것이다. 김 여사의 조심성 없는 처신과 그 주변의 면면을 보면 실제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제2, 제3의 김건희 문제 발생은 ‘시간문제’라고 믿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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