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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의 민낯
    스크랩된 좋은글들 2016. 7. 19. 06:58

    우리는 망각하고 있지 않나… 공공의 개념, 공동체 의식을

    나라건 사회건 조직 내에서 내게 불리한 건 조금도 못 참아

    자력 국방·안보는 무관한 일인 양 국방 불감증 지나치게 퍼져 있어

        

     

    사드 배치를 놓고 한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이대로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과 나라를 지켜줄 방어적 무기(그것도 우리 것이 아닌)를 놓고 극단적 반대를 벌이는 님비적(的) 사고, 반(反)대한민국적(的) 이질 세력의 준동, 이것 하나 처리 못 해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지리멸렬 상은 지금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는 속절없이 무너져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비단 이번 사드 배치 문제만이 아니었다.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때 난무했던 유언비어 등 우리는 국방과 안보에 관련된 사안의 고비마다 한 번도 제대로 넘어간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엄청난 국가적 소요를 겪었다. 때마침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6 국가경쟁력지수'는 한국의 사회적 결속력이 지난 2012년에 비해 반(半)으로 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갈등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국력 낭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에 걸친 각종 국방 관련 반대 및 시비는 우리가 과연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아직도 휴전 상태에 있는 나라가 맞는지, 우리가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 낀 '먹잇감'의 신세일 수도 있다는 지정학적 불리(不利)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를 의심케 했다. 그런 군사적 관점에서뿐 아니라 한 나라로서, 한 국민으로서 국가적 중대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애국과 자존의 정신으로 살아오고 있는지를 자문케 한다. 우리는 중국 무서워 못하고, 일본 두려워 못하고, 북한 무서워 못하는 안보 무서움증에 시달리다가 이제는 국민 무서워 아무것도 못하는 단계까지 온 것 같다.

     

    조금 잘살게 되면서 생긴 병(病)이지만 우리는 공공의 개념, 공익의 정신, 공동체 의식을 점차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라건 사회건 조직 내에서 내게 불리한 것은 조금도 못 참는다. 내 가족, 내 집, 내 자식, 내 이익에 어긋나면 모두가 내 관심 밖이다. 여기에 그것을 부추기는 이질적 세력들이 편승한다. 그들은 그것을 정부의 잘못, 기업의 이기주의, 가진 자들의 횡포로 확대 포장한다. 우파들은 '미국이 지켜주겠지', 좌파들은 '중국이 우리를 보호해 주겠지', 친북파들은 '북한이 더 좋은 세상'이라며 자력 국방이나 안보는 우리 국익과 무관한 일인 양 생각하는 안보 무신경 국방 불감증이 너무 널리 퍼져 있다.

     

     

    정부의 관리 능력도 엉망이다. 사드 문제만 해도 발표 전에 야당에 알려주고 협조를 구하는 배려, 대통령이 직접 배치 지역에 내려가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대면(對面) 소통이 선행됐다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며칠 상관을 두고 영남권 신공항 따로, 대구 K2 공항 이전 따로, 사드 성주 배치 따로 등 영남권 지역 문제의 요소들을 분리 처리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머리'는 아둔하기 짝이 없다.

     

    이런 한국을 보면서 우리 안보와 직결된 주변 나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가장 흐뭇해하고 있는 쪽은 북한의 김정은 세력일 것이다. '사드 배치 하나 가지고 저렇게 반대가 들끓는 콩가루 집안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겠다.' 히죽이 웃고 있을 나라는 중국이다. '우리가 콧김 한 번 쐬니까 온 나라가 태풍 만난 듯 저렇게 야단이니 너희는 우리가 얼마든지 가지고 놀 수 있을 것 같다.'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나라는 아마도 일본일 것이다. '한국이 자유분방한 나라라고 자랑하는데 안보와 국방이 분방을 넘어 저 정도로 황망한 지경일 줄은 몰랐다.' 우리가 심각히 봐야 할 것은 미국의 반응이다. 사드 배치가 한국 내에서 님비 현상에 직면하고 거기에 이질적 요소들까지 편승해 국내 비토 사안으로 변질(?)되고 있는 사태에 어쩌면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을지 모른다―'이런 나라를 우리가 중국과의 대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보호해줄 이유가 있는 것일까.'

     

    대내외 상황이 이럴진대 국방을 다지고 안보·외교를 강화하며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의 전술과 전략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으며, 있다 한들 어느 정도 효율적인가를 새삼 깊이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전쟁(나라를 지키는)할 결의도 없고, 주변 국가들은 우리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얕보게끔 된 상황에서는 우리는 어떤 전쟁에서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하면서 국방을 하고 안보를 외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유리한 쪽에 확실히 서서 수동적·종속적으로 살아가며 연명이라도 하는 것이 차선이 아닐까. 아니면 '중립'을 선언하든지 해서 최소한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을 저지하는 데 별로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사드 문제로 우리의 민낯이 너무 많이 드러나고 있다.


                               <2016년 7월 19일 조선일보 김대중칼럼.>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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