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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리 보고 싶다, '3김 여사' 특검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4. 6. 1. 12:30
     
     
    일러스트=유현호
     

    “명품 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의 300만원짜리 특검을 받아들이는 대신, 적어도 3억원 이상으로 보는 김혜경 여사의 국고 손실죄 의혹에 대한 특검, 김정숙 여사의 관봉권(띠로 묶은 신권)을 동원한 옷과 장신구 사 모으기 의혹, 그리고 그 옷과 장신구는 지금 어디 있는지에 대한 ‘3김 여사’ 특검을 역제안하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국민의힘 김민전 당선인 말에 보수층이 열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년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민주당의 지긋지긋한 특검 공세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장에 제대로 된 근거라도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김건희 여사가 일반인이던 2010년 일이고, 김 여사는 증권사에 돈을 맡긴 전주 91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권의 검찰이 2년 가까이 수사했음에도 기소조차 못 했으니, 특검의 당위성이 0에 수렴한다.

     

    다음 디올 백 사건. 이건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 스스로 직무 관련성을 부정해버렸으니 범죄 구성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 요즘 야권이 밀어붙이는 채 상병 특검도 마찬가지다. 채수근 상병의 순직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는 지금 경찰이 수사 중이고, 민주당이 설계한 특검은 ‘VIP가 격노했다’를 구실로 대통령실을 흔들고 대통령을 망신 주려는 목적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건당 100억원 이상이 드는 특검을 할 바에는, 전 국민에게 200원씩 나눠 주는 게 나아 보인다.

     

    왼쪽부터 김건희 여사, 김혜경 여사, 김정숙 여사 /뉴스1
     

    그렇다면 특검은 어떤 사건을 대상으로 해야 할까? 첫째, 고위 공직자나 그 가족이 연루됐고, 둘째, 경찰이나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못했거나 수사를 맡겨봤자 그 공정성이 의심될 때 하는 게 맞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 할 드루킹 특검을 보자. 시작은 추미애였다. 2018년 1월, 포털 사이트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댓글 공작을 의심케 하는 인신공격이 난무하자 발끈한 추미애는 민주당에 ‘댓글 조작 대책단’을 출범시킨다. 민주당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드루킹(본명 김동원)과 공범 2명을 댓글 조작 혐의로 체포한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는데, 댓글 조작의 배후가 보수 쪽일 것이란 민주당 바람과 달리 드루킹 일당은 모두 민주당원인 데다, 이들이 19대 대선 기간에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 사이트 여론 조작을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드루킹이 친문 핵심인 김경수 의원과 공모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 천생 좌파였던 드루킹이 돌연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한 것은 대선 후 김경수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했다가 거절당한 데 앙심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수사가 갈팡질팡한 건 이때부터, 집권한 지 겨우 1년이 지났고,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지지율이 80%를 넘어선 정권 실세를 수사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특검.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이 특검을 요구하고, 당대표인 김성태가 단식투쟁을 벌인 끝에 허익범 특검이 출범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특검 수사도 쉽지 않았다. 허익범 말을 들어보자. “특정 정당이나 외부 기관에서 매일 원색적 비난이 나왔다. 난 아들이 없고 딸만 둘인데 내가 아들을 어딘가에 청탁해서 부정으로 취업시켰다는 의혹도 나왔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 확정을 이끌어낸 '드루킹 특검' 허익범 특별검사. /오종찬 기자
     

    이 과정에서 노회찬 의원이 드루킹에게 5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극단적 선택을 하자 특검에 대한 비난은 더 거세졌다. 당시 김어준은 자기가 진행하던 TBS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허익범 특검은 특검의 치욕적인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드루킹을 수사해야 하는데 드루킹에게 휘둘리고 있다”며 특검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결국 승리한 쪽은 허익범이었다. 예컨대 2심 재판부는 김경수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은 의도적으로 특정 여론을 조성하여 온라인상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결국 전체 여론까지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온 중대한 범죄 행위로 위법성의 정도가 더 무겁다.”

     

    다시 살펴봐도 가슴이 웅장해지는데, 이 기준에 따라 특검이 필요한 사안을 짚어보자. 1번 후보 김혜경. 이재명이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 카드로 초밥과 소고기를 먹고, 공무원 두 명을 노비처럼 부린 일에 대해선 검찰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하지만 이재명이 성남시장이던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김혜경이 7급 공무원이던 배소현을 부려먹고, 관용차를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루어진 바 없으니, 특검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혜경궁 김씨 사건. 2017년 대선 때 @08__hkkim이란 트위터 계정이 노무현과 문재인에 대해 후보자를 비방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명예를 훼손해 고발된 바 있는데, 이 계정 주인이 김혜경이라는 의혹이 있었다. hkkim이란 아이디도 김혜경스럽지만, 성남시에 살고 아들이 두 명인 데다 휴대폰 번호 네 자리와 이메일이 일치하는 등 둘 사이 공통점은 차고 넘쳤다.

     

    경찰은 이 계정이 김혜경이라 결론짓고 검찰에 송치하지만, 어이없게도 검찰은 게시물을 쓴 이를 특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해 버린다. 이 역시 특검을 통해 계정주를 밝혀야 한다.

    김정숙 여사는 2018년 11월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했다. /뉴시스
     

    2번 후보 김정숙. 먼저 옷 의혹이 있다. 대통령 부인이던 시절 김정숙은 비싼 옷을 수도 없이 걸쳤다. 김정숙이 파리 패션쇼에서 모델이 입은 옷을 찜하면,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가 똑같은 옷을 가져다 줬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이게 ‘대여’라고 하지만, 김정숙의 옷 사이즈를 고려하면 대여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게다가 김정숙이 관봉권을 이용해 명품 옷을 구입했다는 증언도 있는데, 여기에 관해 검찰 수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는 데다, 문재인이 옷값을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버리기까지 했으니, 특검밖에 답이 없다. 둘째는 김정숙의 각종 해외 유람이다. 인도 타지마할에 놀러 간 것을 ‘영부인의 단독 외교’라 우기는 것도 문제지만, 체코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인데 굳이 체코를 방문한 일, 코로나 시국에 굳이 이집트까지 가서 피라미드에 간 것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수사하면 ‘검찰 독재’ 운운할 테니, 특검을 하는 게 깔끔하다.

     

    이쯤 되면 다음 질문을 하고 싶을 것이다. 3김 여사 특검인데 김건희 여사는 왜 빼냐고. 정 고른다면 양평 고속도로 의혹을 해보시라. 이해찬의 일방적 주장에서 시작된 거라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는 양보해 줘야 3김 여사 특검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빨리 보고 싶다, 3김 여사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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