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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 박물관에 '괴담과 그 주역들' 코너 어떤가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4. 6. 27. 08:25
     
     
     
    지난 2016년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경북 성주에서 가발을 쓰고 춤을 추며 대중가요를 개사한 ‘사드 괴담송’을 부르고 있다. /페이스북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사드의 전자파는 싫어/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사드 반대할 때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무조건 무조건이야.”

     

    2016년 8월 3일 ‘사드 반대 성주군민 촛불집회’에서 울려 퍼진 괴담송들이다. 일반 대중 귀에 익은 가요들을 개사했다. 표창원, 손혜원, 김한정, 김현권, 소병훈, 박주민 등 당시 현역 민주당 의원 6명과 다음 국회에 입성하게 되는 김홍걸 예비의원이 탬버린을 치며 열창했다. 구독자 95만명 오마이TV가 촬영한 방송 속에서 민주당 7인방은 청중들의 환호에 감격한 모습이었다. 유원지 야간 무대에서 흥이 오른 중년 취객들을 떠올리게 한다. 공연을 마친 뒤 손 의원은 소셜 미디어에 “성주 군민들을 위해 몸을 던졌다. 사드 반대를 위해 앞으로도 뭐든지 하겠다”고 했고, 표 의원은 “성주 군민들의 절박한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사드 반대 운동 성지 역할을 해온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의 농성 천막이 지난주 철거됐다. 8년 전 6000명에 달했던 사드 반대 집회자수는 올 들어 10명 내외로 줄었다고 한다. 사드 전자파에 튀겨진다던 성주 참외는 지난해 매출 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마을 주민들은 “사드 광풍을 부추기던 외부 사람들은 떠났다”고 했다. “성주와 운명을 함께하겠다”던 민주당 괴담송 7인방도 자취를 감췄다.

     

    2016년 7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소셜 미디어에 “사드에 반대하는 여섯 가지 이유”를 열거하면서 “사드 전자파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썼다. 2023년 6월 “사드 전자파가 안전기준 대비 530분의 1에 못 미치며 휴대폰 기지국보다 안전하다”는 환경영향평가가 나오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안전하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누가 사드를 위험하다고 했었느냐”는 식의 심드렁한 태도였다.

     

    그 무렵 이 대표 관심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꽂혀 있었다. 당 지도부 회의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핵 테러이자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고 했다. 경찰 추산 7000명이 모인 2023년 8월 26일 서울 광화문 오염수 반대 집회에는 민주노총, 민변, 한국진보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90여 곳이 참여했다. 2008년 광우병 집회, 2016년 사드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단체들이다. 괴담 부채질 세력 총결집에도 불구하고 오염수 공포 마케팅은 흥행에 실패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평소보다 되레 매출이 늘었고 백화점과 마트의 수산물 코너도 타격이 없었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는 목포 횟집에서 회식을 했다. 이 대표는 “참 맛있게 잘 먹었다”는 서명까지 남겼다. “세슘 우럭 너나 먹어” “(해산물을 먹느니) 차라리 X을 먹겠다”고 했던 그 민주당 사람들은 어디 갔나 싶었다. 킹크랩 먹방을 한 유투버에게 “개념없다” “2찍이냐(국민의 힘에 투표했냐)”고 린치를 가했던 개딸들은 “해산물 먹는 게 무슨 문제냐”고 도리어 이 대표를 감쌌다. 그 정치인에 그 지지자라더니 놀라운 태세 전환이다.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광화문 역사박물관에 가곤 한다. 한국 현대사에 새겨진 장면들을 소재 삼아 놀이 시설들을 꾸민 4층 체험관이 어린 친구들에게 인기다. 시대별로 나라를 뒤흔들었던 괴담 시리즈로 한 코너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상상을 해봤다.

     

    미국 쇠고기 먹으면 ‘뇌송송 구멍탁’ 된다는 공포 몰이로 한미 FTA를 무산시키려 했던 광우병 괴담, 전자파가 사람 몸과 성주 참외를 튀겨 낸다는 해괴한 발상으로 북핵 위협에 나라를 무방비로 노출시킬 뻔했던 사드 괴담, 태평양을 거쳐 미국을 향하게 되는 후쿠시마 해류가 우리 바다를 독극물로 만든다는 황당한 오염수 괴담까지… 진보를 깃발로 내건 정치인들이 나라의 존립과 번영을 위협해 왔다는 생생한 교육 현장이 될 법하다. 자신들이 직접 먹방했던 광우병 쇠고기와 오염수 초밥에 대해 독극물인 양 몸서리친 ‘개념 연예인’들의 이중성도 전시 목록으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괴담팔이 비즈니스는 부동산 사기 떳다방을 닮았다. 순진한 사람들을 야바위로 속여 먹다가 약발이 떨어지면 미련 없이 자리를 뜬다. 그리고 또 다른 괴담 제물을 찾아 나선다. 어차피 1~2년 지나면 잊힌다는 게 믿는 구석이다. 자신의 괴담송 전력이 두고두고 소환될 줄 알았다면 민주당 7인방이 형형색색 비닐 가발을 쓰고 “사드 전자파에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를 외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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