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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장난 벽시계
    낙서장 2015. 7. 8. 08:18
     

    재작년 일이다. 그리 세월이 흘러간 것 같지도 않지만 이미 세월이 흘러 정년퇴직을 한 지도 근 십년이 되어갔다. 온상에서 자라온 듯한 회사생활을 마치고는 별로 백수의 신세를 면할 길이 없었다. 그러니 심심으로 더 빨리 늙는 것 같아서 건강관리를 위해서 운동을 시작한 것이 배드민이었다.   그곳에 이사 오기 전에는 야외 배드민튼 장이 었어서 그곳을 활용했으나 이사 온 후로는 근처에 마땅한 운동시설이 없어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아침 배드민튼을 한다기에 아침마다 출근하는 마음으로 운동을 하고 오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다.


     그당시 어느날  8시쯤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나오는데 학교정문 입구 맞은편에 커다란  벽시계가 걸려있는데 바늘이 일직선으로 1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 시계가  엉뚱한 시간을 가르키고 있기에  시계주인인 듯한  바로 앞  가게 집 사람에게 고장이냐고 물으니  그 사람은 시계가 고장인지  안 간다고 했다.


            학교 정문이라 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데 그것을 고쳐보겠다는 마음보다도 고장 난 것을 의식조차 못하는듯했다.  자기 집 이이가 밥맛없다고  아침을 만 안 먹고 학교가면  안타까워하면서도 옆집 아이가  아침을 굶고 가도  무관심하듯  자기 집 물건들은 관심을 갖지만 남의 것은 모르는 체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 하면서  씁쓸함을 느꼈다.


        집에 돌아와서 근처 시계수리점에 가서 학교정문 옆에  고장 난 시계가 걸려있는데 고쳐주겠냐고 했더니 고장 난 시계는 고쳐봤자 별 이득이 없는지 못 고친다며  새것으로 교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기에 내가 반을 지불 할 터니 갖다 걸어주겠냐고 했더니 죄송하다고 하면서  거절했다.


        내가라도 고쳐 걸어 놓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 다음날 그 학교 체육관에가서 배드민튼으로 아침 운동을 하다가 집에 일이 있어 먼저 간다고 말하고 그 옆 가게 주인에게 내가 고치겠다고 시게를 달래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그것을 무엇이냐고 물었다. “여보, 그곳이 무엇이요?”

       “시계잖아 내가 아침운동하러 나가는 운동장 정문옆에  있는 시계인데 어제 아침에 보니 고장이기에 오늘 고치려고 가지고 왔어요.“

    “자기 시계도 아니면서.....” 하는 소리도 외면한 체 차려준 아침을 먹고 시계를 고치기 시작했다.


          전혀 시계를 고쳐본 적이 없기는 하지만 모든 것이 전원이 나가면 정상동작을 안하기에  집에 있는 테스터기를 가지고 전원을 점검해보니  다 닳았다. 그래서 일단은 먼저 전지부터 가게에서 사다가 갈았다. 그래도 안가기에  건전지 접속점이 나뿐 것 같아 땜인두로 접속점을 때우고 건전지를 넣으니 잘 동작하기에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그 시계는  얼마를 가다가 다시 멈춘다. 특정위치에 가서는 멈추어버린다. 아마  마모되어 특정위치에 마찰력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고쳐봤자 안될 것이란 생각이 들자 그냥 포기하고 갖다 주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청계천 4가 시계골목으로 가서 무빙파트(심장부와 바늘)를 사가지고 고장 난 부분들을 교체하고 시간을 맞추어놓고 다시 하루를 지내보니 시간이 잘 맞는다.  그 다음날에  시계를 갖다 주었더니 가계주인이 시계를 살펴보더니 새로 사다 고치셨네 하면서 누가 떼어가지 못하게 단단히  걸어야겠다며 즐거워했다.


      시계를 건너 주고 오면서 즐거워하던 가게집 주인의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역시 즐거웠다. 그동안 그것을 고친다며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시계 수리점이며 건전지가계 그리고  시계부속속품 가게들 갔다왔다하던 것이 즐거움으로 보상되었다. 그 아저씨가 즐거워 한 것처럼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째깍째깍 가는 시계를 보면서 어린 학생들은 시간을 잘 활용하여 기본질서를 잘 지키고   어른들은  시간을 위시한 약속들을  잘 지키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에 우리 모두가  주인이다 하는 주인의식과 시민의식이  조금씩이라도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돌아왔다.


    2009년 10월 15일  수필 쓰기 연습으로  재작년에 있었던 일을 주제로 삼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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