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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 정치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0. 10. 30. 06:14

    역사상 강력한 세금 징수를 한 인물로 17세기 말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를 빼놓을 수 없다. 유럽 선진국처럼 되겠다며 백성들 수염을 못 기르게 하려고 수염세까지 도입했다. 종교적 이유로 러시아인들은 수염 깎는 대신 수염세를 냈다.

     

    ▶세제 개혁으로 부국강병을 이룬 나라도 있지만 과도한 세금 징수로 쇠퇴를 자초한 나라도 있다. 16세기 무적함대를 자랑하던 스페인의 왕실은 함대 유지와 해외 팽창에 드는 막대한 재정 수요를 감당하려 모든 물품 거래마다 10%씩 세금을 매기는 ‘알카발라’라는 소비세를 도입했다.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올랐고 탈세와 밀거래가 성행했다. 경기는 위축되고 뛰는 물가와 세금 부담으로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빠져나가 인구마저 급감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세금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있다. 실물 자산이 오르는 시기에 자산이 없는 사회적 약자는 가만 앉아 세금을 대거 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을 “위험하고 때로는 사회를 파괴시킬 수도 있는 치명적 질병”이라고 했다. 3년 전 5억원이던 서울 아파트가 10억원도 넘었다. 집 없는 사람은 돈 한 푼 못 쓰고 2배로 가난해졌다. 아파트 공급을 틀어막고 규제 일변도 정책만 20여 차례 쏟아내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심각한 ‘집값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문재인 정부는 실패한 부동산 정책 그 자체로 무주택자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세금’을 떠안긴 셈이다.

     

    ▶그래 놓고 이번에는 집 가진 사람을 편 갈라 정치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앞집 뒷집 다르게 엉터리로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2030년까지 시세의 90%로 공시가격을 올리는 증세 방안을 내놓았다. 그 와중에 상대적으로 싼 집들은 재산세를 낮춰주겠다고 한다. 표 작은 소수에겐 세금을 크게 올리고 표 많은 다수에겐 ‘안 올린다’고 영합한다. ‘세금 정치’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자의 39%가 세금 한 푼 안 낸다. 영국(2.1%), 일본(15.5%)보다 면세자 비율이 월등 높다. 소득세는 상위 10%가 전체 세수의 74%를 낸다. 이런 기형적 구조가 된 이유는 두말 할 것 없이 역대 정권의 ‘세금 정치’ 때문이다. 포퓰리즘 정권일수록 ‘세금 정치’가 심하다. 독일 재정학자 알로이스 프린츠는 저서 ‘세금 전쟁’에서 “세금이 자꾸 정치적 의도로 전용되다 보면 전제군주 시대로 돌아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권력이 세금 징수와 세금 살포를 이용해 권력을 지키고 키우는 일은 우리 눈앞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2020년 10월 30일 조선일보 만물상에서 보고 베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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