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박원순 서울시’는 먼저 온 文 정권이었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2. 4. 08:10

    서울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승인권
    중앙정부가 갖겠다는 부동산대책
    야권 서울시장 나올까 두려운가
    ‘문재인 보유국’이 ‘문재인 서울시’ 될라

    역시 선거의 귀재 정부다. 가덕도 신공항을 띄워 부산시장 보궐선거 판을 흔들어놨듯, 서울에선 재건축·재개발 승인권을 장악해 야권 시장 주자들을 무력화할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가 오늘 발표할 주택공급 대책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들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상 정비구역 지정·인허가·해제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1년 당선된 지 한 달도 안 돼 처리한 것이 강남구 개포동 주공2, 4단지 재건축 보류였다.

    아파트로 인한 서울시민 불만이 들끓는 지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재건축·재개발 신속 추진을 철석같이 약속했다. 이 권한을 중앙정부가 뺏어가겠다는 거다.

    문 정권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사업속도를 높이려고, 그것도 한시적으로 인허가권 행사를 검토한다지만 얕은수가 빤하다. 주택공급 칼자루는 정부가 쥐었으니 야권 시장 뽑아봤자 소용없다는 암수(暗數)다. 그렇게 뺏은 권력을 돌려줄 리도 없다. 이 정권의 말 뒤집기가 어디 한두 번인가.

    그러고 보면 ‘박원순 서울시’는 5년 반쯤 먼저 온 문재인 정부였다. 반(反)시장적 부동산 공급 규제가 대표적이다. “뉴타운사업은 시민들을 피눈물 흘리게 하는 나쁜 정책”이라는 박원순 이념대로 2012∼2018년 393곳이 해제됐다. 한국주택학회가 서울시의회 의뢰로 2019년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됐다면 2014∼2024년 착공됐을 주택 수가 24만8893호”이고 “미착공 물량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보고서를 내놨을 정도다.

     

    뉴타운 대신 박원순이 강조한 도시재생사업이 서민들 살기 좋게 해줬다면 또 모른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시 산하 SH공사 사장 시절 박원순과 손잡고 ‘재생’시킨 관악구 난곡동엔 빛바랜 벽화만 남아있다. 좁은 골목길이며 불편한 화장실은 그대로다. 문 정권이 2018년 10조 원을 투입해 착수한 ‘도시재생 뉴딜’ 또한 주민들의 보다 나은 삶과 상관없이 벽화나 그려놓는 관변 단체들 배만 불려줄 공산이 크다.

    그러고도 박원순이 3선을 할 수 있었던 건 2014년 세월호 참사, 2018년엔 야권 단일화 실패 덕이 크다. 2011년 보선에선 혈혈단신 무소속 후보인 척 나섰지만 고인은 공수처 설치 입법운동 등 사실상 좌파 정당 노릇을 해온 참여연대의 야전사령관이었다. 시장 당선 전에 광우병 시위세력 등 운동단체와 ‘시민참여형 민주정부’에도 합의했다. 탁현민 뺨치는 쇼통의 달인이 견제세력 없이 10년 장기 집권한 서울공화국을 들여다보면 문 정권 5년, 아니 이 정권이 꿈꾸는 ‘진보 20년 집권’의 결말을 짐작할 수 있다.

    전면 무상급식,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같은 박원순 복지는 문 정권이 선보일 문재인 케어, 아동수당 확대 등 복지폭탄의 서곡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학생에게 제공되는 교육복지재정 규모는 늘었지만 저소득층 학생에게 돌아가는 복지재정은 줄었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점진적 선별적 무상급식에 직(職)을 걸었던 당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오세훈이 옳았던 것이다.

    박원순 집권 시절의 골목경제, 서울형 뉴딜일자리 등 혁신사업을 자랑한 백서를 보면 서울은 경쟁력도, 도덕성도 드높아졌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세계적 컨설팅사인 키어니가 집계한 글로벌시티 인덱스에서 서울은 2020년 17위다. 2015년 11등에서 6계단 떨어졌다. 극단적 선택은 안타깝지만 박원순은 시민단체의 도덕성 추락만 입증한 게 아니었다. 시민단체 활동이 돈도 되고 권력도 된다는 전범을 문 정권에 보였다는 것이 ‘박원순 서울시’의 치명적 잘못이다.

     

    서울시청 6층에서 박원순을 보위한 시민단체 출신 ‘6층 사람들’은 문 정권의 ‘운동권 청와대’와 다르지 않다. 서울시립대학까지 서울시 공무원 출신과 측근들을 밀어넣는 것도 참으로 흡사하다. 학생운동권이나 시민운동권이나 그들만의 이권 네트워크는 너무나 끈끈해서 마을공동체위원회 등 217개 위원회에 5000여 명, 2500여 개 사회적기업에 5만여 명이 등록돼 서울시민의 혈세로 먹고사는 상황이다.


    운동권 정치의 큰 문제는 불평등이든 불공정이든 빈곤이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데 있다. 밥줄과 권력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보유국’을 외치고 “문 대통령 지키기 선봉에 서겠다”는 집권당 서울시장이 탄생하면 서울시민은 ‘잃어버린 10년’을 회복할 길이 없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