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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이 콸콸 새는 소리가 들린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3. 8. 07:43

    일선 공무원은 하루 82만원 세금 낭비 걱정하며 전전긍긍
    ‘가덕도’는 하루 79억 드는데 장관은 그저 머리만 조아려

    어느 공무원과 대화하면서 놀랍고 부끄러운 경험을 했다. 2015년 완공된 부산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과 관련해서다. 바닷물을 끌고 오는 400m 관로와 염분·불순물을 제거하는 여과 막(膜) 등 핵심 시설이 부식돼 “지금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기장 일대에 수돗물로 공급하기 위해 세금 1250억원을 포함해 2000억 들인 시설이 사실상 고철이 돼가고 있다는 데 놀랐다. 그는 “시설을 정상 가동하려면 관로 교체 등에 수백억이 또 들 것”이라고 했다. 바닷물에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미량 섞여 있다는 이유로 환경·시민단체 등이 반대하자 정부는 2019년 수돗물 대신 공업용수 공급으로 계획을 바꿨다. 그런데 이마저 난관에 부딪혀 지금껏 놀려둔 탓에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느낀 건 이어진 대화에서다. 그는 “시설 가동을 멈춰도 기본 전기료 등으로 지금도 3억이나 든다”고 했다. “하루 3억이 들어요? 월 3억?”이라고 물었더니 “연 3억”이란다. 필자에게 월 3억은 돼야 세금 낭비라는 잠재 의식이 있었을 수 있다. 그 반면 이 공무원은 한 푼이라도 세금이 왜 아깝지 않느냐는 것이다. 내가 평소 세금을 가볍게 여겨온 것은 아닌지 반성이 됐다.

     

    직업 공무원의 직분은 법령에 규정돼 있다. 세금 낭비를 막아야 하고, 정해진 직분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이 자세로 일하는 숨은 공무원이 전국에 많을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과 관련해 작성한 16쪽 보고서에도 그런 자세가 담겼다. 가덕도 신공항은 주변 산을 모조리 깎아 수심 17~21m 바다를 메우고, 해수면 40m 높이까지 성토해 고층 활주로를 만들어야 한다. 안전성, 환경성, 경제성, 접근성에 문제가 있고 시공, 운영 과정도 문제라고 보고서에 썼다. 그러면서 “문제를 알면서도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추후 처벌이 두려워 반대했을 수 있지만 청와대와 여야가 가세해 기를 쓰고 밀어붙이는데 이만한 목소리를 낸 것만도 평가받을 만하다.

     

    장관들로 눈을 돌려보자. 국토부 공무원들이 16쪽 보고서를 국회에 낸 게 지난달 초다. 그보다 두 달 전 장관직에 오른 변창흠 장관이 보고서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국토부가 가덕도를 반대한 것처럼 비쳐져 송구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소신껏 보고서를 쓴 부하 직원들을 이보다 더 욕보이는 일도 없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확신을 주는 장관을 보기 힘들어졌다. 대통령이 ‘(월성 1호 원전 가동을) 언제 영구 중단하느냐’고 묻자 공무원에게 “너 죽을래” 협박하고, “나는 장관이기에 앞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버젓이 말하는 장관도 있다. 장관은 한 부처 수장이면서 국무위원이기도 하다. 대통령 뜻에 반하는 결정은 어렵더라도 어떻게 대놓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얼굴에 먹칠하고, 국가보다 당의 이익이 먼저라고 입에 올리나.

     

    정부는 남북 교류 사업이라는 이유로 서울~개성~평양을 잇는 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도로 바로 옆에 개성까지 가는 도로가 1번, 77번 국도 두 개나 있고 극심한 환경 훼손까지 불 보듯 뻔하다. 사정이 이런 데도 환경 단체 출신인 환경부 장관은 이 사업에 사실상 동의해놓고 장관직을 떠났다. 여기에 2024년까지 5843억 든다. 하루 4억이다. 2030년까지 13조~29조원 드는 가덕도는 하루 35억~79억이다. 어느 하위직 공무원은 하루 82만원 낭비되는 세금을 걱정하는데 장관이라는 사람들이 이래도 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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