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7조7869억 원이라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매출은 16조4641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순손실은 5조9259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한전 이대로 가면 연 30조원 적자 낼 듯 에너지 위기 닥치자 원전 중요성 부각돼
문재인 정부의 탈전원 정책 충격파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지난 13일 발표한 1분기 영업적자는 7조786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5조8601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단 한 분기 만에 갈아치운 충격적 결과다. 한전은 상장 자회사 지분과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 정도 긴축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난 5년을 복기해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문 정부는 탈원전 반대 여론이 70%에 달했는데도 고리 원전 1호기 폐쇄, 월성 1호기 조기 가동 중지에 이어 5년 내내 한빛 4호기를 멈춰 세웠다. 신규 원전 계획도 모두 백지화했다. 계획부터 건설을 거쳐 가동하려면 최소 10년이 걸리는 국내 원전 생태계는 이런 과정을 거쳐 크게 약화했다. 원전 전문인력도 함께 줄어들었다.
문 정부는 그 대신 국제유가 변동에 취약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높였다. 7000억원을 들여 정비한 월성 1호기는 안전성은 물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됐다. 이 문제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기소되고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수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안보는 한순간도 망각해선 안 된다. 물가와 기업 생산원가에 직결되면서 경제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10년 주기로 거듭되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위기마다 원인과 형태가 다를 뿐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에너지의 무기화를 예고했다. 한국이 원전을 에너지 믹스(에너지 공급원 구성)의 주력으로 삼은 이유다. 이번에도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휘발유·경유 값이 치솟고 있다. 발전 단가가 급상승하면서 한전의 충격적 적자는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2020년 말 도입한 원가연동제를 통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문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거듭 가격 인상을 유보하면서 한전의 적자를 키웠다. 윤석열 정부에 떠넘긴 셈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가계와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하면 급격히 인상하기 어렵고, 그것만으로 연 30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흡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문 정부는 한전의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한전공대 개교까지 올해 강행했다. 한전의 위기는 사면초가다.
결국 우리는 탈원전 폭주의 부메랑에 직면하면서 정책의 이념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절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중시하는 영국과 프랑스조차 다시 원전을 늘리기로 했고, 독일은 러시아 가스관 사업 중단으로 에너지 위기에 빠졌다. 에너지 위기를 자초하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정책 실험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이번 위기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