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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암상 받은 지정환 신부 소감
    종교문화 2022. 6. 18. 07:48

     

    오늘 아침 신문에 김황식 전국무총리님의 '하느님과 어느 신부님의 대화' 기사를 읽고 그기사와  그기사의 주인공인  지정환 신부의 동영상을 올려 놓습니다. 

     
     
     
    일러스트=김영석
     

    “오, 하느님! 내가 호암상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은 알고 계십니까?”

    지정환 신부는 수상 소식을 듣고 하느님에게 달려가 한껏 기쁨에 겨워 자랑합니다. 하느님은 짐짓 축하나 칭찬은 감추어 두고 시큰둥하게 묻습니다. “이 사람아! 누구 공으로 호암상을 받는지 알고는 있느냐?” 신부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합니다. “알고 말고요. 40년 동안 죽을 고생을 다한 나에게 주는 상입니다.” 이 말을 들은 하느님은 “제발 정환아, 내 앞에서 자화자찬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알고 있느냐?”고 질책합니다. 그러나 신부는 “하느님,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곳에서 있었던 그 많은 일과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잊으셨습니까? 혹시 심사위원님들의 판단을 의심하는 겁니까”라며 항변합니다. 하느님도 물러서지 않고 다시 묻습니다. “그러면 그 많은 일을 하던 중에 있었던 시행착오라든지 실수를 심사위원들에게 말씀드렸느냐?” 신부는 마음이 뜨끔했던지 “아니요. 묻지도 않으신걸요” 하며 자기변명의 길을 마련하면서도 조금 기가 죽어 대답합니다.

     

     

    전기(轉機)를 마련했다고 생각한 하느님은 더 구체적으로 “그래 그래, 치즈 공장 또한 네가 치즈도 발견하고 공장도 세우고 양도 키우고 소젖도 짜고 우유도 공급하고 치즈 만드는 것까지 모두 너 혼자서 한 것 같구나. 치즈가 성공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농민이 고생하며 참았는지 정말 모르는 것이냐?”고 공박합니다. 신부는 이젠 풀 죽은 목소리로 “조금… 그렇죠. 사실은 그들에게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 하고 자복합니다. 하느님은 내친김에 또 다른 일로 신부를 다그칩니다. “‘무지개 가족’(중증 장애인 재활센터)에서는 어떤지 말해볼까. 욕창은 누가 치료하고 식사는 누가 준비하며 설거지나 빨래는 누가 하는고? 목욕도 시키고 이도 닦아 주고 침대에 올리거나 휠체어에 내리는 일을 신부가 하고는 있는고? 아니면 최근에 화장실 청소를 깨끗하게 한 기억이 있느냐?” 신부는 하느님이 지적한 일들은 아닌 게 아니라 다 다른 봉사자들이 한 것이지 신부가 직접 한 일이 아님을 상기합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그때가 언제였던가? …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완전히 기가 꺾여 답변합니다.

     

    신부의 사랑과 헌신, 봉사의 삶을 잘 알고 있는 하느님은 장난스러운 공박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셨는지 이젠 신부를 격려하고 싶어집니다. “물도 기름기도 없는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기란 몹시 힘들고, 열매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내가 신부를 한국에 보낼 때는 좋은 환경을 준비했고, 내가 항상 신부가 하고자 하는 일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마련해주었다”며 하느님이 늘 신부와 함께하였음을 알려줍니다. 그래도 하느님은 아직도 풀이 죽어 고개 숙인 신부가 안쓰러웠던지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구나” 하고 마지막 말을 건넵니다. “신부야! 심사위원들이 누구를 선택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내가 네 편에 서 있었다.”

     

    신부는 하느님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으며 심지어 상을 받는 것까지도 하느님의 도움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더욱 겸손히 헌신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 상은 2002년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벨기에 귀족 가문 출신 지정환(Didier t’Serstevens) 신부님의 수상 소감에 해설을 붙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신부님은 1959년 28세에 한국에 온 후 2019년 작고할 때까지 평생을 전북 임실 등지에서 농가 소득 향상과 장애인 재활 및 자립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신부님은 수상 소감 발표를 위의 따옴표 안에 담긴 하느님과 신부의 대화 내용을 일인이역으로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것으로 갈음하였습니다. 역대 남성 수상자 중 유일하게 한복을 입은 분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유튜브에도 올라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신부님의 사랑과 헌신은 물론 여유와 재치가 너무 멋지고 감동적이어서 저도 조금은 장난스럽게 소개하고 싶어졌습니다. 

     

                                   2022년 6월 16알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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