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도 윤핵관도 국민 보기엔 다 진 게임
私慾 내려놓고 ‘큰 물결’ 내야 활로 보일 것
이 대표는 대표인지, 전(前) 대표인지 모호한 처지가 됐다. 그가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건지, 그리 내몰린 건지를 따지는 게 이제 와 무슨 의미가 있으랴. 분명한 건 사자와 같은 맹수가 제멋대로 나대는 고슴도치 하나 집어삼키려다 거꾸로 입 주변에 숱한 가시가 박혀 힘들어하는 희한한 형국이 됐다는 점이다. 고슴도치를 아예 건드리지 말든가, 제대로 다루든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한 달 이상 끌더니 막판에 거칠게 몰아치는 듯한 양상을 보여줬다. 이 대표도 사면초가에 놓였지만 윤핵관도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국민 보기엔 양쪽 다 진 게임이다.
새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초유의 혼돈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은 어찌 되나. 대표 거취 문제를 법원의 판단에 맡긴 상황 자체가 어이없다. ‘리더의 그릇’ 문제와도 연관된다. 일각에선 조기 전당대회 주장도 나오지만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 첫 정기국회가 열리고 국감에다 새해 예산안 처리도 해야 하는 와중에 집권 여당이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을 계제는 아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내년으로 미뤄질 공산이 크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물밑 기류가 있다. 정계개편, 신당 움직임이다. 윤 대통령이 현재의 국민의힘 체제로 후년 총선을 치르고 싶을까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역대 직선 대통령들이 다른 세력과 연합하든, 신장개업하든 신당을 만들어 총선을 치른 사례는 숱하다.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이런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실제로 추진될지 예측하긴 어렵다. 3김 시대도 아닌데 인위적 정계개편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국정 지지율 20%대의 윤 대통령은 당장 앞가림하기 바쁘다. 다만 국정 지지율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여야 모두에 새로운 정치판이 조성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야권도 ‘이재명당’에선 함께할 수 없는 친문 세력이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신당을 만드는 시나리오도 상상해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정치공학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총선은 한참 남은 듯하지만 곧 온다. 야권은 이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가 사실상 1차 분기점이다. 팬덤과 진영의 재편과 결집이 본격화하겠지만 결국은 어느 쪽이 명분을 갖고 국민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 가느냐가 관건이다.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국가 대의(大義)를 좇는 세력이 궁극적으로 승리한다. 권력게임에 능한 자, 권력게임으로 망한다. 여든 야든 국가 흥망에 대한 절박함 없이 자기 살길에만 연연하거나 조그마한 진영, 팬덤의 우두머리 의식으로 꽉 찬 정치인들이 득실대는 집단으로는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제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탄핵을 자초했던 정당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각자 사욕(私慾)을 버리고 중도·보수의 가치와 철학하에 큰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윤핵관이니 이준석계니 하며 한 줌 권력 싸움만 지속하다간 진짜 당의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
私慾 내려놓고 ‘큰 물결’ 내야 활로 보일 것
정용관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어느 변호사가 올 1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고슴도치에 비유한 적이 있다. “고슴도치는 가시로 찌르는 게 생래(生來)의 본능이니 한번 품었다고 해서 다시 찌르지 않을 것을 기대해선 안 된다.” 그에게 휘둘리면 또 찔리니 경계하란 조언이었다. 그래서일까. 대선을 앞둔 윤 후보는 고슴도치를 끌어안았지만 불신의 벽은 해소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내부 총질 당 대표’ 문자 파동은 최고 권력자의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이 대표는 대표인지, 전(前) 대표인지 모호한 처지가 됐다. 그가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건지, 그리 내몰린 건지를 따지는 게 이제 와 무슨 의미가 있으랴. 분명한 건 사자와 같은 맹수가 제멋대로 나대는 고슴도치 하나 집어삼키려다 거꾸로 입 주변에 숱한 가시가 박혀 힘들어하는 희한한 형국이 됐다는 점이다. 고슴도치를 아예 건드리지 말든가, 제대로 다루든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한 달 이상 끌더니 막판에 거칠게 몰아치는 듯한 양상을 보여줬다. 이 대표도 사면초가에 놓였지만 윤핵관도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국민 보기엔 양쪽 다 진 게임이다.
새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초유의 혼돈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은 어찌 되나. 대표 거취 문제를 법원의 판단에 맡긴 상황 자체가 어이없다. ‘리더의 그릇’ 문제와도 연관된다. 일각에선 조기 전당대회 주장도 나오지만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 첫 정기국회가 열리고 국감에다 새해 예산안 처리도 해야 하는 와중에 집권 여당이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을 계제는 아니다.
이런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실제로 추진될지 예측하긴 어렵다. 3김 시대도 아닌데 인위적 정계개편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국정 지지율 20%대의 윤 대통령은 당장 앞가림하기 바쁘다. 다만 국정 지지율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여야 모두에 새로운 정치판이 조성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야권도 ‘이재명당’에선 함께할 수 없는 친문 세력이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신당을 만드는 시나리오도 상상해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정치공학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총선은 한참 남은 듯하지만 곧 온다. 야권은 이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가 사실상 1차 분기점이다. 팬덤과 진영의 재편과 결집이 본격화하겠지만 결국은 어느 쪽이 명분을 갖고 국민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 가느냐가 관건이다.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국가 대의(大義)를 좇는 세력이 궁극적으로 승리한다. 권력게임에 능한 자, 권력게임으로 망한다. 여든 야든 국가 흥망에 대한 절박함 없이 자기 살길에만 연연하거나 조그마한 진영, 팬덤의 우두머리 의식으로 꽉 찬 정치인들이 득실대는 집단으로는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