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2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전안전검증대책단(TF)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3일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앞서 전력 수요가 가장 많았던 지난 7월보다 최신형 원전 1기 정도 많은 전력 수요였다. 정부가 애초 내년 1월 셋째 주로 예상한 올겨울 최대 전력 수요도 가뿐히 뛰어넘었다. 그런데도 예비 전력은 1만1119MW(메가와트), 예비율은 11.8%였다. 예비율이 10% 넘으면 전력 수급은 안정적이다. 지난 7월엔 예비율이 7.2%까지 떨어졌다. 여름철엔 태양광 발전을 했지만 이번엔 전국적 폭설로 무용지물이 됐는데도 예비 전력이 안정적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원전 덕이다. 새로 지어 가동에 들어간 신한울 1호기,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안전을 핑계로 발목을 잡았던 한빛 4호기, 정비를 마친 한빛1 호기, 신고리 2호기가 전력 수요가 많은 겨울을 앞두고 투입됐다. 원전 추가 가동이 없었다면 예비 전력은 2700MW, 예비율은 3%포인트 떨어졌다. 탈원전 문재인 정부 때라면 올겨울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왔을 것이다.
야당은 여전히 탈원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원전 발목 잡기를 계속할 태세다. 안전을 키워드로 다시 탈원전을 꺼내 들었다. 2018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 방문 때 “한국은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도 사고가 없었다”고 자신만만했던 안전 문제를 걸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신한울 1호기가 상업 가동에 들어가자 또다시 비행기 충돌 위험과 수소 제거 장치(PAR·파) 성능을 문제 삼고 나왔다. 신한울 1호기는 몇몇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의 갑질 심사 탓에 예정보다 68개월 늦게 가동에 들어갔다. 일정대로 됐다면 한전 적자 수조원을 쉽게 줄일 수 있었다. 민주당은 신한울 1호기 준공식 하루 전날엔 “윤석열 정부의 원전 폭주 정책에 따른 안전 감시 체계를 구축하겠다”면서 원전안전검증대책단을 만들었다. 시민사회계, 법조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원전 안전 전문가들도 구성했다지만 정치인, 환경단체·변호사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모아놓고 원전의 무슨 안전을 감시하고 검증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대책단장을 맡은 양이원영 의원은 “국내 원전 중 3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이 7기, 전체 평균 연수가 27년에 이른다”고 했다. 11월 기준 전 세계 원자로 439기의 평균 가동 연수는 30.7년이고, 3기 중 2기가 3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원전을 80년까지 연장 가동하겠다는데 30년 넘은 원전을 노후 원전으로 낙인찍어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으로 글로벌 에너지 정책에 나 홀로 역주행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전 세계 원전 발전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후쿠시마 사태를 겪은 일본조차 원전을 더 짓고, 고쳐 쓰고, 수명을 늘리겠다며 11년 만에 친원전으로 돌아섰다.
원전은 50년 넘게 전력 생산의 일부를 담당하면서 석탄·천연가스·석유 소비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원전이 없었다면 선진국의 발전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은 20%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 중립을 위해 2020년대 후반까지 원전 투자를 지금의 3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매년 원전을 10기씩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전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원전 안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퍼트리고,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정작 원전 안전을 위협하고, 전력 수급을 위험에 빠뜨린 건 탈원전으로 원전 생태계를 망가뜨린 지난 정부였다. 안전 검증을 핑계로 원전 발목 잡기는 그만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