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예타면제 남발로 ‘혈세공항’ 우려
“또 고추나 말리겠죠.”
정부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과 대구경북(TK)통합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25일 한 지방공항 임원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보안지역인 공항서 고추 말릴 일은 없지만, 이용도가 워낙 낮으니 활주로를 고추 말리는 용도로 쓴다는 우스갯소리다. 실제 전남 무안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평균 0.1%. 순손실이 지난해 200억 원 등 최근 10년간 1300억 원을 넘는다.
전국에 공항이 15곳이지만, 인천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1곳은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공항이 가덕도공항, TK신공항, 새만금공항, 서산공항, 백령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등 8곳이다. 여기에 경기도와 포천시도 경기남부국제공항(수원)과 경기북부공항(포천)을 만들겠다고 나선다. 기존 대구공항이 TK신공항으로 이전하는 걸 감안해도 신공항 9곳이 추진되거나 논의 중이다. 모두 건설하면 공항이 24개 된다.
신공항이 모두 필요한 것일까. 공항 개발이 타당한지 따져보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가 있는데 예타에서 탈락해도 당정이 끼워 넣는다. 충남 서산공항이 올해 5월 예타에서 경제성 부족으로 탈락했지만, 23일 당정 협의를 거치며 부활했다. 서산공항은 인천공항이나 청주공항과도 멀지 않아 제 역할을 하겠느냐는 걱정이 벌써 나온다.
특별법으로 예타를 면제하는 경우도 많다. TK신공항은 지역 숙원 사업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광주 군공항 이전과 TK신공항 추진을 원샷으로 처리하는 법을 검토하겠다”고 하며 급물살을 탔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광주시가 10년간 추진했던 숙원 사업. 올해 4월 여야가 모처럼 손잡고 TK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여야 빅딜’로 20조 원이 넘는 초거대 국책사업을 결정했다.
잼버리 사태에도 발주돼 여전히 추진 중인 새만금공항도 2019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가 면제됐다. 차로 10분 거리인 군산공항이 서울과 제주 운항을 목표로 했다가 서울 운항을 중단한 상황에서 새만금공항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사업비 15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가덕도 공항도 특별법으로 추진돼 이쯤 되면 특별법은 ‘예타 면제법’으로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대구와 부산에 ‘메가 공항’이 생기는데, 여객이든 화물이든 수요 분산으로 상충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본도 과거 정치권 주도로 공항이 건설돼 지방공항이 100곳에 육박한다. 하지만 대부분 적자일 정도로 애물단지가 됐고 국가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됐다. 우리도 나랏빚이 여전히 1000조 원을 넘는다. 이미 경북 예천공항은 승객이 없어 문 닫았고, 울진공항은 비행훈련원으로 용도를 바꿨다.
공항 유무는 지역 위상을 드러내는 징표여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공약이 쏟아진다. 공항이 생겼다고 없던 수요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항공사가 무조건 취항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단 유치하면 나랏돈으로 지어주니, 지자체도 정치인도 공항에 혈안이다. 한번 지으면 돌이키기도 힘들고 유지 관리 비용도 꽤 되는 게 공항이다. 공항 연결성을 강화해 네트워크 효과를 높이고 국제 환승도 유치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 97%가 공항 반경 100km 안에 살고, 전국이 KTX 등으로 반나절 생활권이 됐다. 인구 소멸 시대에 24개 공항이 모두 필요한 것인지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과 대구경북(TK)통합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25일 한 지방공항 임원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보안지역인 공항서 고추 말릴 일은 없지만, 이용도가 워낙 낮으니 활주로를 고추 말리는 용도로 쓴다는 우스갯소리다. 실제 전남 무안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평균 0.1%. 순손실이 지난해 200억 원 등 최근 10년간 1300억 원을 넘는다.
전국에 공항이 15곳이지만, 인천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1곳은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공항이 가덕도공항, TK신공항, 새만금공항, 서산공항, 백령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등 8곳이다. 여기에 경기도와 포천시도 경기남부국제공항(수원)과 경기북부공항(포천)을 만들겠다고 나선다. 기존 대구공항이 TK신공항으로 이전하는 걸 감안해도 신공항 9곳이 추진되거나 논의 중이다. 모두 건설하면 공항이 24개 된다.
특별법으로 예타를 면제하는 경우도 많다. TK신공항은 지역 숙원 사업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광주 군공항 이전과 TK신공항 추진을 원샷으로 처리하는 법을 검토하겠다”고 하며 급물살을 탔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광주시가 10년간 추진했던 숙원 사업. 올해 4월 여야가 모처럼 손잡고 TK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여야 빅딜’로 20조 원이 넘는 초거대 국책사업을 결정했다.
잼버리 사태에도 발주돼 여전히 추진 중인 새만금공항도 2019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가 면제됐다. 차로 10분 거리인 군산공항이 서울과 제주 운항을 목표로 했다가 서울 운항을 중단한 상황에서 새만금공항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사업비 15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가덕도 공항도 특별법으로 추진돼 이쯤 되면 특별법은 ‘예타 면제법’으로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대구와 부산에 ‘메가 공항’이 생기는데, 여객이든 화물이든 수요 분산으로 상충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본도 과거 정치권 주도로 공항이 건설돼 지방공항이 100곳에 육박한다. 하지만 대부분 적자일 정도로 애물단지가 됐고 국가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됐다. 우리도 나랏빚이 여전히 1000조 원을 넘는다. 이미 경북 예천공항은 승객이 없어 문 닫았고, 울진공항은 비행훈련원으로 용도를 바꿨다.
공항 유무는 지역 위상을 드러내는 징표여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공약이 쏟아진다. 공항이 생겼다고 없던 수요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항공사가 무조건 취항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단 유치하면 나랏돈으로 지어주니, 지자체도 정치인도 공항에 혈안이다. 한번 지으면 돌이키기도 힘들고 유지 관리 비용도 꽤 되는 게 공항이다. 공항 연결성을 강화해 네트워크 효과를 높이고 국제 환승도 유치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 97%가 공항 반경 100km 안에 살고, 전국이 KTX 등으로 반나절 생활권이 됐다. 인구 소멸 시대에 24개 공항이 모두 필요한 것인지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2023년 8월 26일 동아일보 김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