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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포옹’이 의미하는 것스크랩된 좋은글들 2023. 10. 10. 08:1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대장동 특혜 사건 피의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판정에서 재판장의 허락을 받고 공동 피의자인 자신의 심복 정진상씨를 포옹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전율을 느꼈다. 피고인인 처지에 어떻게 저런 연출을 할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만인환시(萬人環視) 속에서 자신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최측근을 끌어안고 등을 두드리며 사실상 무언의 압박을 가할 배짱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그런 속셈을 옛 상사의 ‘인간미’로 포장할 여유를 갖게 됐을까?
이재명씨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가 치밀하고 저돌적이고 절대 물러서지 않는 ‘막가파’인 것은 일찍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나는 지난 대선 전(前) 그가 형수에게 인간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쌍욕을 한 것이 드러났을 때 이씨의 대선의 꿈은 끝났다고 지레 단정했었다. 그러나 내가 틀렸다. 대장동 사건이 터졌을 때도 나는 그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교묘하게도 그 사건을 경쟁자인 윤석열 후보에게 뒤집어씌우는 기상천외한 작전을 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두 가지 있다고 나는 배웠다. 그중 하나가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한 돈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의혹만으로도 그 두 가지를 다 범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아니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이런 사람은 일찌감치 퇴출당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대통령은 못 됐지만 국회의원·당대표에 이제는 막강한 공천권까지 거머쥐게 됐다. 영장 기각 이후 이 대표는 오히려 승기(勝機)를 잡은 듯 행동하고 있다. ‘정치’가 미쳤거나 그가 미쳤거나 둘 중 하나다.
나는 지금도 이 대표의 정치생명줄이 어디에서 기원하고 어디까지 갈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정치인의 뻔뻔함은 금기(禁忌) 중의 금기였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의 시대, 더불어민주당의 시대에서 뻔뻔함은 미덕이고 기본이다. 윤미향, 김남국, 조국 등 그 ‘미덕’의 소유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이 대표는 그 대열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사람을 관리하는 데도 대단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한동훈 검찰’이 그를 1년 반 샅샅이 뒤지다시피 했는데도 아직 결정적 물증을 찾거나 증언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것은 한마디로 검찰이 무엇을 잘못 짚었거나 이 대표 수하들의 입이 무겁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명이 대북 송금 분야에서 입을 여는가 했더니 쏜살같이 달려가 자물쇠를 채웠다. 그것은 곧 이재명 조직의 결사적(決死的) 두께가 대단하고 봉합력이 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서로를 ‘형, 동생’으로 호칭하는 운동권 출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 돈이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불과 1~2년의 기간에 대한민국 정통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을 통째로 장악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한총련 조직에 올라탔다는 주장도 있다. 적어도 북한 추종 면에서는 문재인의 길을 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것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586이나 전교조 1세대의 후속(後續)이 조달되지 않고 있는 현 여건에서 한국의 좌파·친북·친중·종북의 세력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과거 대통령급 정치인이 가졌던 화려한 경력, 정치적 정통성의 부재(不在)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한국 좌파·진보·친북·야당을 아우르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좌파의 대부 격인 백낙청은 그를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인’으로 띄우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 야권 지도자들이 한 단식·연좌 농성·투옥 등 온갖 액세서리를 총동원해 복습하고 있는 중이다.
윤 대통령과 그의 심복 검찰은 법정에서 사법적으로 이재명과 그의 조직을 찍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인물 관리 면에서도 이재명의 조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사적인 윤석열표 조직이 없다. 그래서 윤대통령의 ‘인사(人事)’는 계속 덜커덩거린다. 국민의힘 공천 주변에는 어쩌면 기회주의자들만 보인다. 원래 보수·우파라는 것이 그렇다고 해도 그의 주변에는 ‘아스팔트 결사파’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대통령과 그의 여당이 기댈 곳은 오직 국민의 선택뿐이다. 이 대표의 운명이 총선 전에 법정에서 판가름 나리라 기대하는 것은 빗나간 것 같다. 이 대표와 한판 승부는 이제 총선 투표장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지면 윤석열 정권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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