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정치인에겐 미안하지 않지만 청년들에겐 죄송”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4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함께하는 대학생의 미래’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대학생공약노트’를 전달받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운동권 세력은 제가 운동권 정치인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다”며 “그렇지만 청년 여러분께는 죄송한 마음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 위원장은 17일 김 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결정을 직접 알렸다. 대통령실에서 사천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이 그 날 저녁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수수 논란을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비교하자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친윤석열) 그룹에서는 김 위원의 사퇴로 갈등을 봉합하길 원하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위원의 사퇴가 관계 회복의 선결 조건은 아니다”면서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김 위원 문제”라고 했다.
● 金 “한동훈과 남자들끼리 대화”
김 위원은 비대위 인선 발표 직후 통화에서 “한 위원장과 짧게 통화하고 수락했다. 남자들끼리 통화였다”며 “왜 이겨야 하는지와 비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눴다”고 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 ‘이심전심’인 만큼 긴말이 필요 없다는 취지다. 김 위원은 정치권 진출에 거듭 선을 그어 왔지만 한 위원장이 부탁하자 전격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김 위원은 한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휘말릴 때마다 적극 방어했다. 김 위원은 2020년 7월 당시 검사장이었던 한 위원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되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내 검찰청법 위배 여부를 따졌다.
김 위원은 2022년 5월 한 위원장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여당 측 증인으로 출석해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에 대해 “‘대장동 주범은 윤석열’이라는 뜬금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지껄인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에도 김 위원은 각종 이슈마다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싣는 글들을 잇달아 게시했고,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이 올린 글을 주변에 종종 공유했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 사람은 정치적 관점이나 문제 해결 방식에서 유대감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실 “김 사퇴가 선결 조건 아니야”
윤 대통령은 김 위원이 ‘김건희 리스크’를 거론한 것이 한 위원장과의 교감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 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친윤과 영남 의원을 중심으로 “당도 김 위원 사퇴로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친윤 의원은 “당장 사퇴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 엉뚱한 사람이라 예측 불가능한 행동만 한다”고 날을 세웠다. 부산·경남(PK)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갈등을 봉합하려면 당에서도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다만 당 지도부는 “김 위원이 사퇴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태도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사천 논란은 한 위원장을 공격하기 위한 억지”라고 말했다. 또 지도부에서는 김 위원 사퇴 시 ‘한동훈=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