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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식당서도 老兵 예우했다, 영웅 제복이 만든 특별한 하루스크랩된 좋은글들 2024. 11. 24. 14:29
“정말 훌륭하십니다(You’re very nice).”
지난 14일 오후 10시(현지 시각)쯤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 재미(在美) 베트남전 참전용사 변윤섭(73)씨가 한국행 비행기(YP132편)에 탑승하려 뉴저지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 미국인 보안 요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변씨는 이날 국가보훈부가 참전용사를 예우하려 제공한 ‘영웅 제복’을 입고 있었다.
변씨는 1970~1971년 약 14개월 동안 대한민국 해병2여단(청룡부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파병돼 미군과 함께 싸웠다. 1976년부터 미국 이민 생활을 했던 그는 고엽제로 인한 후두암 발병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국가유공자 판정을 받으려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암(癌)과 싸우며 지팡이 하나에만 의지한 채, 동행인도 없이 나선 길. 하지만 한미 양국은 노병(老兵)을 잊지 않고 변씨의 여정을 보살폈다. 그가 ‘영웅 제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변씨가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8시쯤이었다. 제복을 입은 노병이 홀로 지팡이를 짚고 다가오는 모습을 본 한국 항공사의 미국인 직원은 환한 미소로 그를 영접했다. 항공사는 거동이 불편한 변씨가 가장 빠르고 편안하게 비행기를 오르내릴 수 있도록 조종석 바로 뒷자리인 ‘1번 좌석’을 제공했다. 승무원의 극진한 안내를 받아 앉아 보니, 앞좌석이 없어 다리를 편하게 가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오후 10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변씨가 여행용 가방에 있던 노트북을 꺼내 엑스레이 검사대에 올려놓으려고 할 때였다. 미국인 보안 요원들은 “꺼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통과하세요”라고 말했다. 몸수색 등도 간소화됐다. 제복을 입은 변씨가 검색대를 통과할 때 보안 요원들은 일어나 거수경례를 했다.
한국행 YP132편의 탑승 마감 시각은 15일 0시 1분이었다. 변씨는 남은 시간 저녁 식사를 하려고 라운지의 한 식당에 들어가 치즈 치킨, 프렌치 파스타, 레드와인 등을 주문했다. 변씨의 왼쪽 식탁에 60대 후반 백인 남성 2명이 밥을 먹고 있었다. 이들은 제복을 입고 홀로 밥을 먹는 변씨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먼저 자리를 떴다고 한다. 노병의 식사가 끝나갈 무렵, 종업원이 다가오더니 말했다. “당신은 식사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놀란 변씨가 이유를 묻자, 옆자리 남성 2명이 변씨의 식사비 약 40달러(5만6000원)를 대신 지불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감사 인사를 하려는 변씨에게 그들은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말만 남기고 유유히 식당을 떠났다. 양복 차림에 성조기 배지를 단 그들은 미국의 공직자처럼 보였다고 한다.
고향인 광주광역시에 머무르고 있는 변씨는 22일 본지 통화에서 “한미 동맹의 위대함을 피부로 느낀 날이었다”며 “미국인들은 한국 ‘영웅 제복’을 입고 있는 나를 마치 미국의 영웅처럼 대접했고, 나를 잊지 않고 융숭히 대접해준 한국 항공사에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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