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鮮칼럼] 가덕도 신공항, 지금이라도 재고하자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6. 20. 04:55
19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한 국책 사업 28兆 예산보다 더 큰 문제는 안전성 日 간사이 공항은 매년 6㎝씩 침하
가덕도, 부등침하·조류충돌 더 위험 활주로 가라앉고 공항 폐쇄 가능성 부산 시민들은 실속을 챙겨야 한다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다시 표류하고 있다. 부지 조성 공사부터 참여하겠다는 업체가 없어 4차례 유찰 끝에 가까스로 작년 10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2029년 말까지 부지를 완공하는 조건으로 10조5300억원에 수의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6개월간의 기술적 검토 끝에 기한 내 완공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사 기간을 84개월에서 108개월로 연장해줄 것을 국토부에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지난달 30일 사업 불참을 발표했다.2006년 동남권 신공항 논의가 본격화된 지 19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헛바퀴만 돌고 있는 것은 이런 대규모 국책사업이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과 안전성을 무시한 채 포퓰리즘에 휘둘려 무리하게 추진되어 왔기 때문이다.
2011년 4월 국토연구원은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 설계 업체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2016년 6월 김해공항 확장을 최선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만약 부산시가 ADPi의 결론을 바로 수용했더라면 김해 신공항은 이미 완공 단계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런데 2021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해공항 확장 방안이 폐기되고, 여야가 부산의 표심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밀어붙인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2월 26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죽었던 가덕도가 다시 살아났다.
특별법 통과 직전까지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7대 불가론을 고수해 왔고, 건설비가 28조까지 들 수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천문학적 공사비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전성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에는 일본 간사이공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87년에 착공하여 1994년 개항한 간사이공항은 사방이 육지와 섬으로 둘러싸인 평균 수심 18m의 잔잔한 내해를 매립한 인공섬에 건설되었다. 그런데 당초 해수면에서 15m 높이로 건설한 공항은 2024년 말까지 13.66m나 가라앉았다. 개항 6년 만에 11m나 가라앉았고 지금도 매년 6㎝씩 침하하고 있다. 2018년 태풍 ‘매미’가 덮쳤을 때 활주로는 온통 뻘로 뒤덮이고, 터미널뿐 아니라 계류된 항공기의 엔진까지 침수되자 방파제 높이를 3.3m, 활주로 높이를 2.7m 올리는 전면적 보강공사를 한 바 있다.
가덕도는 간사이보다 입지 조건이 불리하고 침하 위험성도 훨씬 높다. 최고 12m 높이 파도가 밀려오는 태풍의 길목에 있고, 해저 연약 지반의 두께는 간사이의 세 배인 60m에 달한다. 현재 설계대로 활주로의 3분의 1은 섬을 절개한 육상에, 나머지는 매립지 위에 건설할 경우 육상 구간 활주로는 그대로 있는데 해상 구간의 활주로만 계속 가라앉는 부등침하(不等沈下)가 발생하여 안전성에 치명적 문제를 제기한다. 간사이공항도 부등침하를 겪고 있지만 가덕도의 부등침하는 차원이 다르다.
해상구간의 활주로가 간사이공항의 속도로만 가라앉더라도 육·해상 구간이 절단되고 두 구간 사이의 높이는 개항 이후 6년간 매년 2m씩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9년 만에 완공하더라도 그 이후 상당 기간은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파손된 부지와 시설을 복구하는 동안에는 공항을 폐쇄해야 한다. 더구나 안개와 강풍이 잦고 조류충돌 위험이 무안공항보다 200배 이상 높은 가덕도 해역에 현행 설계대로 인천공항이나 간사이공항 보다 15m나 좁고, 500m나 짧은 활주로를 건설하면 조종사의 우발적 실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결국 김해공항 확장 예산의 몇 배를 들여 김해 신공항의 절반 규모에 불과한 가덕도신공항을 완공하더라도 반신불수가 되고, 기껏해야 김해공항의 보조 공항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정치권은 가덕도가 마치 부산 경제를 살릴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도하여 부산시민들을 희망고문하는 것을 중단하고, 조속히 합리적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안전한 공항을 지을 수 있는 넓고 멀쩡한 육지를 가까이 두고 20㎞나 더 떨어진 바다 위에 위험한 공항을 짓겠다는 발상은 부산 시민을 우롱하는 ‘야바위’나 다름없다. 가덕도신공항 예산이면 김해신공항뿐 아니라 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광역철도망까지 건설할 수 있다. 부산시민들도 더 이상 허황된 ‘야바위’에 속지 말고 이제 실속을 차려야 한다.
2025년 6월 20일 조선일보 천영우 前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
'스크랩된 좋은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국민, 정부가 돌린 現金이 毒이란 걸 아는 데 30년 걸려 (0) 2025.06.21 美서 태풍 된 한식 바람 (3) 2025.06.20 세계 연구기관 톱10 중 중국이 8곳... 美 제치고 2년 연속 1위 (1) 2025.06.19 李 "한미일 공조로 지정학 위기 대응" 이 길로 가야 (0) 2025.06.19 '한국 AI 데이터센터 설립' 이제 우리도 출발은 했다 (1)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