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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부족주의'에 갇힌 그린 뉴딜
기후붕괴막겠다며 원전없에자는건 모순. 한전기술 1600명 원자력직원은 풍력.태양광 배우라는건가?
정부가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을 두 기둥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5년간 7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보도 내용을 찬찬히 읽어봐도 조(兆) 단위 숫자로 눈이 어지러울 뿐 향후 어떤 좋은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 건지 잘 잡히지 않았다.
한국판 뉴딜은 원래 디지털 뉴딜이 중심이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그린 뉴딜을 포함하자"고 하면서 정부 부처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28일엔 7개 국책연구원 원장들이 참여한 토론회가 열렸다. 갑자기 튀어나온 그린 뉴딜의 틀 안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의견을 교환했다. 세 시간 토론을 들어봤지만 무릎 칠만한 아이디어는 없었다. 이제부터 내용을 가다듬자거나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 얘기 위주였다.
그 자리에선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녹색 성장에 대한 비판이 여러 번 나왔다. '녹색'은 포장이고 '성장'이 목표였다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면 경제를 희생해서라도 환경을 살리자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걸 목표로 삼는 나라는 없다. 다들 환경 살리고 경제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한다. 녹색 성장이 그렇고 그린 뉴딜도 그렇다. 보기에 따라선 그린 뉴딜은 이명박의 녹색 성장, 디지털 뉴딜은 박근혜의 창조경제와 명칭만 달랐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권 우군 정의당조차 "녹색, 또는 그린이라는 이름만 붙였지 기존 사업 계획을 나열한 사실상의 녹색 성장 시즌2"라고 논평했다.
토론회에선 전기요금을 묶어놓고 어떻게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줄이겠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수십조원 정부 재정 투입으로 특정 분야를 키우고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반면 가격 시그널은 5000만명의 행동 방식을 바꿔놓는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정부 재정 투입만으로는 그린 뉴딜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국토연구원장도 집값은 수억씩 오르는데 누가 난방비 몇만원을 절약하려고 주택 단열 리모델링을 하겠느냐고 걱정했다.
전기요금은 탈원전 때문에 꼬여버렸다. 요금을 올리면 탈원전 탓이란 말이 나온다는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은 금기어(禁忌語)처럼 돼버렸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 원자력학회 쪽 발제자가 "고리 1호기는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큰며느리이고, 신고리 5·6호기는 큰아들, 신재생은 막내아들 같은 존재"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큰아들이 대학을 졸업해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하려는데 왜 일자리를 빼앗느냐는 것이다. 고교생인 신재생 막내아들한테 앞으로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는 것이다. 원전을 돌려 전기료를 낮추면서 이익을 내고 그 여력을 갖고 신재생을 팍팍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 게다가 그린 뉴딜은 기후 붕괴를 막자는 정책이다. 신재생과 원자력은 둘 다 미세 먼지 없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적대(敵對) 관계가 아니라 공생(共生) 관계이고 정부 할 일은 미래 옵션을 늘려놓는 것인데 이 정부 사람들은 기술 부족주의(technology tribalism) 사고에 갇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전력설비 설계 회사인 한국전력기술 직원 2200명 가운데 1600명은 원자력 분야인데 원자력을 하지 말라고 하면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고민이 있다고 했다. 얼마 전 환경단체 출신 국회의원은 두산중공업 원자력 직원들을 풍력 기술자로 재교육하자고 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 기술 없애고 손으로 요금 받는 인력 배치해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과 비슷하다. 포클레인 쫓아내고 삽 들자는 식이다. 바람직한 것은 하이패스로 도로 흐름 개선하고 사회 전체 효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다른 분야의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게 하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장은 그린 뉴딜도 녹색 산업 생태계를 키우며 해가야 한다고 했다. 현재의 태양광 사업은 우리 재정으로 중국 기업을 지원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해남의 국내 최대 솔라시도 태양광단지가 150만㎡(48만평) 규모에 태양광 패널을 채우고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거기에 들어간 태양전지(셀)가 모두 중국산이라고 한다. 이래 갖고 일자리가 생겨날 리 없다. 솔라시도 같은 태양광 단지를 25곳 만들어야 정부가 폐쇄시킨 월성 1호기 수준 전력을 생산한다. 면적 기준으로 원자력이 태양광의 135배 출 력이다. 토지 부족 국가에서 어느 쪽이 친환경적이겠는가. 탈원전은 안전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 기존 원전을 가동하면서 기존 원전보다 수학적으로 10배 안전하다는 신규 원전은 못 짓게 하는 것이 국민 안전인가. 원전 기술 인력 공급 시스템이 망가지면 기존 원전은 중국·러시아 기술자를 수입해 관리하게 할 것인가. 그렇게 하면 국민이 더 안전해지겠나.2020년 6월 3일 조선일보 한삼희 의 환경칼럼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3/2020060300043.html'스크랩된 좋은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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