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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원받던 아이가 후원단체 수장됐다… “하나님이 만드신 기적”
    종교문화 2021. 1. 29. 08:01

    후원받던 아이가 후원단체 수장됐다… “하나님이 만드신 기적”

    받은 사랑을 나눔으로 이어가는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신임 회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회장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후원 아동에게 매달 보내는 3만원이 별 것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어린이에게는 큰 힘이 된다. 제가 그 증거”라고 말했다. 신석현 인턴기자


    조명환(65) 한국월드비전 제9대 회장은 국제구호단체 후원아동 출신이다. 45년간 후원자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신생아 때부터 미국인 양어머니인 에드나 넬슨으로부터 매달 15달러와 함께 아낌없는 기도의 후원을 받았다.

    조 회장을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월드비전 회장실에서 만났다. 건국대 교수를 지낸 그는 지난 1일 회장에 취임해 19일 취임식을 했다.

    조 회장은 “제가 교수가 된 후에도 양어머니가 후원을 계속하셔서 이유가 궁금했다”며 “월드비전 회장이 되니 그분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라는 일종의 메시지를 제게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은 제게 월드비전 사역을 감당하게 하려고 양어머니를 보내주셨다”며 “감사하고 놀라우며 감동적”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의 부모는 이북 출신으로 6·25전쟁 때 월남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조 회장이 태어나자 같은 교회에 다니던 성도가 국제구호단체를 연결해 후원을 받게 해줬다.

    조 회장이 1996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99세였던 양어머니 에드나 넬슨과 함께한 모습. 한국월드비전 제공


    조 회장은 양어머니로부터 매달 받은 편지에 꿈을 물어보는 문구가 늘 있었다고 기억했다. 편지 끝부분엔 ‘하나님께서 너를 사랑하신다. 그분의 사랑을 믿어야 한다. 나는 널 위해 기도하겠다’고 적혀있었다. 편지는 양어머니가 104세로 별세한 2001년까지 계속됐다.

    미국 유학 시절 만나고 싶어 세 번이나 만남을 요청했지만, 양어머니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1996년 예고 없이 노스캐롤라이나주 네브래스카에 있는 양어머니의 집을 방문했다. 지금이 아니면 100세를 앞둔 양어머니를 못 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양어머니와 보낸 일주일은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조 회장을 보고 너무나 반가워했다. 양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조 회장이 어릴 때부터 사진을 보여주며 소식을 전했다.

    “자녀도 친척도 동네주민도 아닌 먼 나라 이방인인 제게 왜 이런 사랑을 주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죠. 양어머니는 에베소서 2장 10절을 언급하시면서 하나님께 조건 없이 구원받은 은혜를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2017년 오륜교회의 다니엘기도회에 강사로 초대된 조 회장은 간증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하나님께 받은 치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문과생이었던 그가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하나님 은혜였다. 이북에서 내려와 교수를 하던 한 지인이 어느 날 그의 집을 방문해 꿈을 물어봤다. 조 회장은 얼떨결에 “교수”라고 답했다.

    지인은 “지금부터 수학Ⅱ를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며 “가끔 인원이 미달하는 생명 관련 학과가 있는데 그곳에 지원하면 된다”며 “취업이 보장되는 건 아니니까 교수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회장은 조언대로 1975년 건국대 미생물공학과에 진학해 학업에 매진했다. 건국대에서 미생물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유전공학을 공부하려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 진학했지만, 학사경고를 받고 1년 만에 쫓겨났다. 다른 대학 진학 길도 막혔다. 고통과 번민의 시간을 겪으며 하나님까지 부정했지만, 애리조나대에서 연락이 왔다. 에이즈 전공자인 도달드 딘 교수의 지도를 받아 미생물·면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과 교수로 재직한 조 회장은 20년간 에이즈퇴치 운동을 펼쳤고 아시아·태평양에이즈학회 회장도 지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살림이 팍팍해진 후원자들을 위해 ‘고통 없는 후원금’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일상에서 자동차나 화장품 등을 살 때 소액을 기부하는 형태로 자발적 후원 분위기를 조성하고 후원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시스템도 마련한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울 때일수록 극한 고통에 내몰리는 아이들부터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어머니는 평생 비행기를 한 번도 타지 않은 소시민이었고 마지막 직업은 편의점 직원이셨어요. 가난해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죠. 크리스천은 내 자녀만 살필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고통당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을 돌봐야 합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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