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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잃어버린 반도체 2년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5. 4. 06:34

     

    “시스템 반도체 도전이 성공하면 명실상부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2019년 4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 팹리스(설계 전문)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패권을 쥐자는 주문이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부하신 대로 시스템 반도체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며 2030년까지 133조 원 투자 약속으로 화답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문 대통령은 12인치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도 했다. 대통령 사인이 새겨진 이 웨이퍼는 지금도 화성사업장 로비에 잘 전시돼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 입에서 직접 ‘시스템 반도체’라는 키워드가 나오게 하려고 삼성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마침 당시 청와대도 새로운 먹을거리 발굴이 필요했던 상황이라 적극적이었다”고 했다.

    삼성은 2019년 초부터 시스템 반도체에 전사적 역량을 쏟았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5세대(5G) 통신이 발전할수록 시스템 반도체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해 첫 경영 행보로 평택사업장을 찾아 시스템 반도체 성과를 당부했던 이 부회장은 며칠 뒤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의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서도 “(시스템 반도체는)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2019년 초에만 직접 대통령에게 두 차례 이상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을 경고한 셈이다.

    하지만 그 뒤로 정치권은 대통령의 주문과는 정반대를 향해 달렸다. 2019년 7월 일본 수출규제 속 “반도체만이라도 주 52시간제 적용을 완화해 달라”는 산업현장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이듬해 총선에서 압승해 ‘거여(巨與)’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경제3법과 중대재해처벌법까지 해치웠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화평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새로운 규제가 계속 추가됐다. 세제 혜택이나 인력 양성, 전력·용수 인프라 지원은 입 밖으로 꺼내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급기야 올 초엔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구속 수감까지 됐다.

    문대통령이 ‘시스템 반도체 비전’을 선포한 지 2년 만인 2021년 4월 12일, 이번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정보기술(IT) 기업들을 불러 모았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8인치 웨이퍼 한 장을 흔드는 그의 손짓엔 “알아서 협조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 있었다. 반도체는 엄연한 전략무기이며 이제 미국이 반도체 패권을 쥐겠다는 시그널이었다.

     

    화들짝 놀란 청와대는 3일 뒤 국내 반도체 업계 사장들을 불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도 부랴부랴 당내에 ‘반도체특별위원회’를 꾸렸다. 이제 와서 또다시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듣겠다는 것이다. 바이든보다 2년 앞서 웨이퍼를 쥐여줘도 결국 또 뒷북밖에 못 치는 정부 여당의 무능함이 한심할 따름이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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