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와 행복을 위해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고 희생한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위로하는 시간이다. 고귀한 희생을 바탕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이 더 위대해지도록 무거운 책무를 다짐하는 달이기도 하다.
참전용사·상이군경 어려움 겪어
대통령의 현충일 약속 실천해야
6·25 전쟁은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전쟁이었고, 월남전쟁은 세계 공산화를 막기 위해 피 흘린 전쟁이었다. 월남전 참전 용사들의 희생으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냈고, 오늘날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 되는데 밑거름이 됐다. 그 경제·사회적 가치는 당시 금액으로 무려 50억 달러였다. 1963년 한국의 수출 총액이 9000만 달러였던 사실을 고려하면 그 희생의 가치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월남전 이후 고엽제 후유증으로 수많은 참전용사가 죽어갔다. 실질적 보상과 예우는 뒷전이었다. 국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명예를 땅에 떨어뜨린 정부에 대한 참전용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국가는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 참전유공자와 상이군경 국가유공자, 그리고 유족으로 나눠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참전유공자에게는 참전 명예수당 월 34만원, 상이군경 유공자의 경우 상이등급별 보상금과 전상수당 월 9만원이 지급된다. 국가유공자 본인이 사망해 유족이 받는 유족보상금은 월 53만~194만 2000원이다. 4인 가족 기준 중위소득(487만6290원)과 비교하면 국가를 위한 희생의 대가는 너무 가혹하다. 참전유공자, 상이 7급 국가유공자가 사망하는 경우엔 유족이 받는 보상금과 수당은 소멸한다.
문제는 더 있다. 우리나라 보훈 예산 비율은 전체예산의 1.5%, 서울시 복지예산 14조5000억원보다 적은 5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보훈 예산 중 보훈 보상금 예산 비율이 76.5%를 차지한다. 미국은 보훈 예산 비율이 3%이며 보상금과 보훈 의료 예산비율이 비슷한 수준이다.
전쟁의 상흔과 함께 각종 노인성 질환, 고엽제 질환 등으로 큰 고통을 받는 유공자들에게 전국 6개 보훈병원과 지역별 420여 곳의 위탁병원으로 한정된 의료지원 제도로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보훈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중증질환의 경우는 보훈병원과 전문위탁 병원을 힘들게 오가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가유공자를 위한 의료지원 체계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 하루빨리 전국 모든 병·의원에서 국가유공자 의료지원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지금도 부상을 당한 후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치료 시기를 놓쳐 장애를 안고 사는 장병들이 있다. 60만 현역 국군 장병을 위한 의료체계 또한 아직도 열악하며 개선돼야 한다. 건강하게 병역 의무를 마치고 부모 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정부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 그 희생의 가치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그에 맞는 보상과 예우를 해야 한다. 이제는 과감하고 획기적인 보훈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책은 정교하고 친절하고 획기적이어야 한다. 국가를 위한 희생은 존귀한 것이며 반드시 그에 대한 예우를 국가가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호국(護國)이 있기에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며, 제대로 된 보훈(報勳)을 실천해야 비로소 국민에게 애국(愛國)을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현충일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의 명예로운 삶과 의료 지원을 강화하고 그 희생과 헌신에 국가가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호국보훈의 달에는 통 큰 결단과 실천의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상이군인인 필자가 간곡히 호소한다.
노용환 보훈인권센터 소장·국가유공자를 사랑하는 모임 대표
[출처: 중앙일보] [시론] 보훈을 잘해야 애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