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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처음 태극기를 달고 마라톤에서 우승 서윤복선수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6. 17. 13:42
문화재청은 최근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보유한 ‘서윤복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메달’ 등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고 밝혔어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1912~2002) 선수에 비해 서윤복(1923~2017) 선수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서 선수는 태극기를 달고 뛰어 처음으로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예요.
◇”저게 어느 나라 국기야?”
1947년 4월 19일, 보스턴 국제마라톤 대회가 열리던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시내의 마라톤 결승선 쪽으로 한 동양인 선수가 1등으로 달려오고 있었어요. 키 160㎝의 작은 체구였습니다. 환호성을 지르던 사람들 중에는 “저게 어느 나라 국기냐”며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태극기였어요. 1945년 일제로부터 광복을 맞았으나 아직 정부가 수립되기는 1년 전, 이 자리에서 태극기를 처음 본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처음으로 태극기를 달고 뛴 마라톤 우승자’의 영예를 안은 이 선수는 만 24세의 서울 출신 서윤복이었습니다. 기록은 2시간 25분 39초로 당시 세계 신기록이었어요. 세계 4대 마라톤(보스턴·뉴욕·런던·로테르담)인 보스턴마라톤 첫 동양인 우승자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11년 전 일제 치하에서 일장기를 가슴에 단 채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손기정 선수의 한을 풀었던 것이죠.
①1947년 4월 19일 미국 보스턴 국제 마라톤에 참가한 서윤복 선수가 2시간 25분 39초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결승선에 들어오고 있어요. 가슴에 달린 ‘KOREA’(코리아) 글자와 태극기가 선명하게 보여요. ②같은 해 6월 22일 승리의 기쁨을 안고 인천에 도착한 서윤복 선수(손에 태극기를 들고 월계관을 쓴 사람). ③백범 김구 선생을 찾은 서윤복 선수 일행. 왼쪽부터 손기정 감독, 서윤복 선수, 김구 선생, 남승룡 선수 겸 코치. /대한체육회
서윤복의 감독으로 현장에 있던 손기정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코치는 베를린올림픽 3위였던 남승룡이었어요. 서윤복과 얼싸안고 펑펑 울던 손기정은 훗날 이렇게 회고했어요. “나는 서군이 부럽다. 태극기를 달고 뛸 수 있는 그는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가.”
◇리어카 바퀴 고무를 신발에 붙이고 연습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서 태어나 자란 서윤복은 부친을 일찍 여의고 철공소와 인쇄소 견습공으로 일하면서 경성상업실천학교(현 숭문고) 야간부에 다니며 주경야독(晝耕夜讀·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함)을 했다고 해요.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었던 그는 1936년 ‘백림(베를린) 올림픽 마라손(마라톤의 당시 표기) 손기정 1등, 남승룡 3등’이란 호외(號外·특별한 일이 있을 때 임시로 발행하던 신문)를 주워 보고 마라톤의 꿈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학생이 할 수 있는 것이란 고작 피곤한 몸으로 동대문에서 서대문까지 전차를 따라 달리는 일뿐이었습니다. 옷을 가방 속에 넣고 전차 운전사에게 “이걸 서대문 영천까지 가져다주세요”라고 부탁한 뒤 영천에서 옷을 받아 무악재 넘어 집까지 달려왔다고 해요. 당시 전차 속도는 시속 7㎞ 정도였다고 합니다. 일본인이 버린 헌 옷을 주워 입고, 리어카 바퀴에서 떼낸 고무를 신발에 덧대 뛰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손기정·남승룡 등은 우수한 마라톤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조선마라손보급회’를 만들었습니다. 손기정의 눈에 든 서윤복은 돈암동 손기정 자택에서 숙식하며 비로소 체계적인 훈련을 받게 됐죠. 손기정은 아침마다 장을 봐 아내와 함께 선수들의 음식을 차렸다고 하는데요, 단백질과 염분 보충을 위해 통닭·새우젓을 많이 먹였다고 합니다.
◇개에게 놀라 넘어지고 신발끈 풀어져도 달렸다
미 군정 시절인 1947년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하게 된 서윤복과 감독 손기정, 코치 남승룡은 미 군용기를 얻어 타고 닷새 만에 보스턴에 도착했습니다. 한 교포가 고급 식당에서 이들을 대접한 뒤 돈을 내지 않고 사라져버려 돌아올 비행기 삯을 식당에 주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고 해요.
마침내 제51회 보스턴마라톤이 시작됐습니다. 개가 갑자기 코스로 뛰어드는 바람에 서윤복은 넘어져 무릎을 다쳤고, 신발끈이 풀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서윤복은 32㎞ 지점에서 속도를 내 선두로 치고 나갔습니다. 2위인 핀란드의 미코 피타넨보다 4분이나 빨랐어요. 압도적인 1위였고, 세계가 ‘신생국 코리아’를 알게 된 역사적인 우승이었습니다.
돌아올 여비가 없어 화물선을 얻어 타고 18일 만에 귀국했지만, 서윤복 일행은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민족 지도자인 김구 선생은 서윤복을 만나 ‘발로 천하를 제패했다’는 뜻인 ‘족패천하(足覇天下)’라는 휘호를 선물했어요. 서윤복의 쾌거는 대한민국이 194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식 회원국이 되고 1948년 생모리츠(동계)·런던(하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초석이 됐습니다.
[보스턴마라톤]
보스턴마라톤은 근대 올림픽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국제 스포츠대회입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보스턴 교외의 콩코드에서 미국 민병이 영국군과 싸워 승리를 거둔 것을 기념하기 위해 1897년부터 매년 4월 셋째 월요일인 ‘애국자의 날’에 열리죠. 2013년엔 결승선 인근에서 폭탄이 터지는 테러가 일어나 3명이 사망하고 18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행사를 취소한 뒤 앱에 접속해 풀코스로 달리면 완주 메달을 주는 ‘비대면 마라톤’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올해는 10월로 연기됐어요.
한국과 인연이 많은 대회이기도 합니다. 1947년 서윤복이 우승한 데 이어 1950년에는 함기용·송길윤·최윤칠이 1·2·3위를 휩쓰는 기염(불꽃처럼 대단한 기세)을 토했죠. 2001년에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1위를 기록해 반세기 만의 한국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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