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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변화는 ‘빛의 속도’ 대학 시계는 30년 전, 청년들에게 못할 짓 한다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9. 7. 06:47
1991년 서울대 인문대는 15개 학과로 구성돼 있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언어문명학부가 하나 추가됐을 뿐 그때 있던 학과 15개가 그대로다. 사회대는 30년 전 11개 학과였는데 그중 정치학과·외교학과가 정치외교학부로, 경제학과·국제경제학과가 경제학부로 통합되고 신문학과가 언론정보학과로 이름을 바꿨을 뿐이다. 30년 전 19개 학과로 구성됐던 공과대학 역시 유사 학과들이 6개 학부로 묶였을 뿐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힘들다.
30년 동안 세상은 강산이 30번 바뀌었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급변했다.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4차 산업 혁명에 국가와 사회, 각 가족과 개인의 명운이 달린 세상으로 하루가 다르게 달려가고 있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산업 지형에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한 달만 게으르면 경제 뉴스를 이해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이런 세상이니 대기업이 신입 사원의 80%를 이공계 전공자로 뽑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에서 재무, 인사, 회계 등은 더 이상 ‘능력’이 될 수 없는 시대다. 생산, 마케팅부터 경영 전략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전 분야에서 과학기술적 기본 소양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학 교육만은 수십 년 흘러온 관성 그대로다.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은 지난달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석사 정원을 500명으로 만들고 싶지만 40명에 묶여 있다”고 개탄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2008년 컴퓨터공학과 정원이 141명이었던 것이 작년엔 745명으로 늘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15년째 55명에 묶여 있다가 올해 겨우 70명이 됐다. 서울대가 법인으로 바뀐 지 10년 됐는데도 수십 년 전 학과 체제에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대학들 상황이 모두 비슷하다.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우선 39년 전 제정된 수도권정비법이 수도권 대학의 총정원을 동결시켜놓아 대학은 그 총정원 내에서만 학과 간 학생 수를 주고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없어지고 줄어드는 학과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해당 학과 교수들이 반발한다. 정부와 대학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학 수업료로 연간 1000만원씩 내고 젊은 시절 4년 이상을 투입하고도 취직조차 못한다면 너무나 잘못된 일이다. 법을 고치고 교수 철밥통을 깨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아무도 하지 않는다. 사회 변화에 맞게 대학 학과 구성부터 조정해나가는 일을 해야 할 곳은 교육부다. 교육부는 지금 자사고·외고 없애고 국가교육위원회라는 교육 이념 기관을 만드는 데 정신을 팔고 있다. 국가로서도 큰 손실이지만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못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초·중·고 학생 수는 급감하는데 일선 교육청 배정 예산은 내년에 11조원 이상 다시 늘어난다. 50년 전 제정된 시대착오적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고치지 못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 교육청에 무조건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예산의 일정 부분을 대학 학과 조정 비용으로 사용하면 대학 교육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 가운데 이 심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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