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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장동 부패 공동체’ 국정 농단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10. 11. 05:25

    2006년 11월 1일, 영국 주재 러시아 망명객 알렉산더 리트비넨코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사인은 급성 방사선 증후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이던 그는 푸틴 정권의 부패를 폭로하다 영국으로 도피했다. 거기서 그는 ‘마피아 국가’라는 용어를 만들어 푸틴 정권을 비판했다. 결과는 FSB에 의한 암살이었다.

     

    그가 말한 마피아 국가란, 도둑 떼가 공권력을 압도한 나라(A), 권력 스스로 도둑 떼가 돼버린 나라(B), 그리고 권력과 도둑 떼가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게’ 결탁한 나라(C)를 말한다. 도둑의, 도둑에 의한, 도둑을 위한 체제(thievocracy)’인 셈이다.

     

    A의 대표적 사례는 엘살바도르다. 엘살바도르는 MS-13과 바리오 18이란 두 갱단이 사실상 통치하는 나라다. B의 사례는 푸틴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좌익 정권이다. 마두로 대통령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 일족, 엘-아이사미 전 부통령, 디오스다도 카베요 전 제헌의회(어용 국회) 의장이 모두 마약 갱단 ‘태양의 카르텔’과 한통속이다. C의 사례는 시칠리아 마피아와 안드레오티 총리 관계였다. 마피아가 그의 정적을 암살해주었고 그는 마피아를 보호해주었다. 긴 재판 끝에 안드레오티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실체적 진실은 안갯속에 묻혔다.

    아파트 들어선 대장동 일대 .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에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 있다. /장련성 기자

     

    입만 열면 ‘진보적’임을 자처하는 오늘의 한국 대선 정국에선 ‘대장동 특혜 분양 의혹 사건’이란 대단히 ‘퇴보적’인 적폐가 천지를 농락하고 있다. 수사가 초입에 있어 사건 진상을 섣불리 예단할 순 없다. 다만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이 이 사건을 정치·법조·지방기관의 약탈적 부패 카르텔이라고 규정한 점이 눈에 띈다. ‘대장동 게이트’는 개별 부패 사건이 아니라, 일종의 조직 범죄 양상이란 뜻이다. 부동산 봉이 김선달, 법조 끗발들, 지방 기관이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게’ 엮어낸 대도(大盜) 연합 함대란 뜻이다.

     

    최근 구속된 유동규는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에서 일약 성남시 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란 지위에 올랐다. 이재명 없이 이게 가능했을까? 그런 그들이 지금은 서로 측근이 아니라고 잡아뗀다. 꼬리 자르기인가? 그들의 유착 궤적을 추적하는 건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경찰 출석한 ‘대장동 개발 핵심’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의 대주주로 각종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9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유동규 맞은편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란 캐릭터가 앉아 있다. 그의 등 뒤엔 권순일·박영수 등 법조 ‘형님’들이 에워싸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는 이 여러 패밀리가 한데 얽히고설켜서 연출한 한국판 ‘떼도둑 정치’란 가설이 당연히 떠올랐다. 이 가설이 사실로 입증될지는 수사를 더 지켜봐야 알 일이다.

    ‘대장동 가설’이 갖는 의미는 심각하다. 확인될 경우 그것은 한국의 정치 권력, 사회 권력, 문화 권력, 그리고 입법·사법·행정 전체를 한 손에 거머쥔 NL(민족 해방) 인민민주주의 패거리 한 갈래가 이젠 엽기적인 ‘부패 공동체’로까지 나간 실례가 되기 때문이다.

     

    마약을 밀매하고 달러를 위조하는 북한과 베네수엘라가 혁명을 내세운 마피아 국가라면, 대장동 부동산 투기꾼들과 현지 좌파 권력의 야합 또한 대한민국이 자칫 도달할지 모를 종착지가 과연 어떤 아수라장일지를 실감케 하는 전율할 전조(前兆)일 수 있다. 무섭고 끔찍하다. 살 떨리고 진저리 난다.

     

    이 떼도둑 정치가 말아먹을 세상은 그렇다면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가? 인도네시아의 파트리알리스 아크바르 헌법재판관이 간 길과, 이탈리아의 파올로 보르셀리노 치안판사, 조반니 팔코네 검사가 간 길의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전자는 마피아에게 매수당해 그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준 추악한 길, 후자는 마피아와 타협 없이 싸우다 폭탄 테러로 숨진 고매한 길이다. 한국의 김명수 대법원과 박범계·김오수 검찰은 지금 어느 길로 가고 있는가? 정권에 곤란한 수사와 재판을 뭉개고 끈 적은 없는가?

     

    파렴치한 것은 ‘대장동 게이트’를 대하는 집권 측 자세다. 그들은 이 사태를 ‘국힘당 게이트’라 우긴다. 특검과 국정조사를 막아선다. 의혹 당사자들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하기조차 거부한다. 저들의 이 뻔뻔스러움은, 그것을 교정할 유일한 길은 오직 정권 교체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그렇다. 닥치고 정권 교체다. 미친 듯이 질주하는 한국판 차베스·마두로 현상부터 일단 끝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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