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벌어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 질문에 “청와대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한 것이 그간 보인 반응의 전부였다.
문 대통령은 이 지사 후보 선출 당시 “민주당 당원으로 이 지사의 후보 지명을 축하하며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당 대선 경선의 최종 관문이었던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62.3% 득표율로 이 지사(28.3%)를 2배 이상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에 놀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장동 비리에 이 지사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경우가 많다. ‘대선에 지면 죽는다’는 생각을 가진 정권이다. 문 대통령이 이 지사의 대선 경쟁력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늑장과 부실로 점철된 검경 수사 과정을 보면 이런 지시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첫 압수수색은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 16일 만에 이뤄졌다. 핵심 증거인 휴대폰은 압수수색 대상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창밖으로 내던지는 바람에 못 찾았다고 했는데 경찰은 하루 만에 찾아냈다. 특혜 비리 구조의 설계자 중 한 사람인 남욱 변호사는 의혹이 불거지자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이 출국 금지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지난 4월 대장동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 법인 계좌에서 현금 수십억 원이 인출되는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이 담긴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넘겨받았지만 5개월째 수사를 뭉갰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지시를 계기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검경이 한곳에 모인다 해도 여당 대선 후보 관련 수사를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수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국민이 믿지도 않을 것이다.
대선 전 가장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은 특검뿐이다. 여당은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와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지만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면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피의자들 육성이 담긴 녹취 파일이 있고 의혹 당사자들 간 갈등이 심각해 수사기관 의지만 있다면 사건의 실체를 풀어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이 지사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 ‘국민의힘 화천대유 게이트’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지사가 특검을 자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애초에 이 지사가 특검을 수용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여당 선거인단 투표에서 참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실 규명을 원한다면 특검 도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