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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폭탄 발언 26년 ‘정치는 4류에서 G류로’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10. 14. 07:20
이건희 폭탄 발언 26년 ‘정치는 4류에서 G류로’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많은 분이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다.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5년 중국 베이징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꼴찌는 3류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회장은 한국 정치를 3류도 아닌 4류라고 했다. 바닥보다 더 아래인 ‘지하’ 수준이라는 것이다.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다"라고 말한 고 이건희 삼성 회장./TV조선
이 말을 들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화가 단단히 났다고 한다. 문민 정권 시절이었지만 군사 정권이 막 끝난 시점이어서 사회에 권위주의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을 때였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까지 이 회장 발언을 못마땅해했다. 당시 야당 소속 한 의원의 반응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정부가 잘하는 것은 없지만 어디 기업인 따위가…”라고 했다. 아마 상당수 정치인의 생각이 비슷했을 것이다. 이 회장 발언이 전해지자 삼성그룹은 폭탄이 떨어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곧 닥쳐올 후폭풍에 전전긍긍했다. 실제 삼성이 당한 공격은 크지 않았지만 이 회장의 그 말은 ‘폭탄 발언’이라 불릴 정도로 충격이 컸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났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 회장은 고인이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류에서 1류로, 다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수직 상승했다. 그때와 지금의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액이 15배 늘어난 것보다 큰 것은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가 세계 5위라는 사실이다. 애플, 아마존, MS, 구글 다음이다.
지금 삼성전자의 위상을 설명하는 데는 단 한 장면이면 충분하다. 지난 4월 12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글로벌 핵심 기업들을 불러 직접 투자를 요청한 극히 이례적인 장면이다. 인텔, 마이크론, GM, 포드, 구글, AT&T 등 모두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이 자리에 삼성전자는 필참 기업이다. 빠진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그런 기업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제조 영업 비밀 침해 문제로 소송 중일 때 미국 백악관이 직접 조정에 나섰다는 후일담 역시 우리 기업의 현재 위상을 말해준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기술과 생산 모두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 기업이라 해도 새로 이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1위 조선 업체이고, 포스코는 10여 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 회사다. LG전자는 가전제품 세계 1위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5위다. 하나같이 놀라운 기록들이다. 국제 특허 출원 세계 2위가 삼성전자, 4위가 LG전자다.
한국은 기업 발전이 사회와 국가 발전을 견인해온 대표적인 나라다.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선 정부 역할이 컸지만, 2000년대 들어 그 단계를 넘어서서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탄생이 수많은 기술 강소 기업을 출현시켰다. 세계 1위 한국 제품 수는 69개로 국가 기준으로 세계 11위다. 히든챔피언(세계 최고 수준 중소기업) 숫자도 한국은 세계 16위다. 글로벌 기업의 출현은 우리 청년들,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수준과 시야, 사고방식까지 크게 끌어올렸다. 사회 전체가 촌티를 벗자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 아카데미상 등 우리 문화계도 글로벌 초일류로 나아가고 있다.
이 회장은 1995년 2류이던 기업을 초일류로 만든 사람이다. 그는 그때 한국 관료와 행정은 3류라고 했다. 지금 관료와 행정은 4류가 됐다고 생각한다. 소신 있는 관료는 거의 다 사라지고 대통령에게 잘 보여 출세하려는 사람들이 눈알 굴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탈원전 같은 백해무익한 대통령의 아집을 뒷받침한다고 휴일 밤에 제 사무실에 숨어들어 증거를 인멸하는 게 요즘 한국 관료다. 포퓰리즘 정치권이 하라는 대로 국가 부채를 폭증시키고 무리한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탄소 중립과 관련해선 공상 소설까지 쓰고 있다.
이 글을 쓰며 이 회장이 4류라고 했던 한국 정치는 몇 류가 됐다고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떠오른 말은 ‘G류’다. ‘GSGG’의 그 G다. GSGG라는 상욕을 처음 쓴 것도 국회의원이지만 지금 한국 정치를 보며 G류라는 것 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람들은 대선 출마자들을 보며 혀를 찬다. 우리나라가 이 수준밖에 안 되느냐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 추한 사람’뿐이라지만 그래도 이 중 누군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들이 또 세상을 뒤집으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 위에서 이래라저래라 호령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가 막힌다. 이 회장의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은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가혹한 비판자가 된다’고 했다. ‘G류’가 ‘초일류’를 겁박하는 세상을 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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