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이 재개돼 (원전 산업계의) 숨통을 틔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는 7900억원을 투입한 뒤 4년째 공사 중단 상태다. 한수원은 지난 8월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소형모듈원전(SMR)은 건설 단가가 싸고 기존 원전보다 1000배 안전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 사장은 월성1호 경제성 평가 조작 가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이다. 그의 발언은 기회주의적인 변신이긴 하지만, 탈원전을 반대하는 속마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국제적으로도 태양광·풍력에 편중된 기술 개발과 투자로 최근 에너지난이 벌어지면서 원자력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21일 공개한 기후 안보 보고서에서 SMR을 미래 에너지의 핵심 기술로 꼽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 SMR을 중점 육성하겠다는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 위기 때문에 미래 에너지는 태양광·풍력의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두 축으로 갈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은 약한 풍속 때문에 해상풍력 발전 효율이 유럽 북해 일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광도 햇빛 자원이 부족한 편이다. 반면 우리가 지어준 UAE 원전은 ㎾ 설비당 4000달러의 건설비로 프랑스(8000달러), 미국(8500달러)보다 확실한 원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중국 등 원전 건설 능력을 갖춘 6국 가운데 유독 한국만 탈원전이란 엉뚱한 길로 가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최근 확정한 2050 시나리오에서도 원자력 비율을 6~7%로 축소하고 재생에너지는 그 10배인 60~70%로 대폭 늘리면서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신전원이라는 것을 13~22%로 잡은 계획을 세웠다. 암모니아 역시 수소를 원료로 만드는 것이어서 결국 수소와 태양광·풍력을 미래 핵심 에너지로 설정한 것인데, 정작 수소 공급은 80~82%를 해외 수입으로 충당하겠다고 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역시 원재료와 설비 역시 상당 부분을 중국, 유럽에서 들여오고 있다. 국산 에너지인 원자력은 쭈그러뜨리고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 구조를 만들겠다는 한국 정부의 탈원전 고집을 외국에선 비웃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