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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유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11. 17. 05:44

     

     

    ‘기본소득 도입’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핵심 공약이다.


    나는 겁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은 연일 ‘나쁜 언론 환경’을 비난한다. 15일에도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공격했다. 이재명의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에 대해 잘못 썼다간 악의적 언론의 바보 글로 찍힐 것 같아 겁난다.

     

    우리는 기본소득에 합의한적없다.

    우선 팩트부터 반듯이 하면 이렇다. 이재명이 국토보유세를 새로 걷겠다고 밝힌 것은 집권할 경우 임기 내 청년에게 연 200만 원을, 전 국민에게는 연 100만 원(4인 가족 400만 원)을 나눠주겠다는 기본소득 공약 때문이다.

    이재명은 7월 22일 기본소득 공약 발표회에서 재원 마련 방안을 밝힌 바 있다.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기본소득목적세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기본소득은 충분한 검증과 재원 확보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일시 전면 시행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우리는 기본소득이나 기본소득목적세 도입에 관해 어떤 국민적 합의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재명은 느닷없이 모든 토지에 세금을 매겨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는 국토보유세에 반대하면 바보짓이라고 국민을 비판했다. 놀랍지 않은가.

     
    이재명 후보의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고문으로 합류한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초기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활동한 바 있다.



    사회주의로가는 이행기 강령, 기본소득

    이재명이 왜 기본소득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나는 ‘이재명 현상’ 관련 논문에서 발견했다. 오늘 후보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고문으로 공식 합류한 강남훈 한신대 교수(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2009년 자신이 개발해 이재명에게 소개한 기본소득제도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고 한다.

    “진보정당이 사회주의를 당면목표로 내세울 수 없는 상황에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가능한 이행기적 강령을 내세워야 하며, 기본소득이 이행기 강령이 될 수 있다.”(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채진원 교수의 2019년 논문 ‘포퓰리즘의 이해와 이재명 현상에 대한 시론적 논의’)

    쉽게 말해, 사회주의를 내세울 수 없다면 기본소득을 사회주의로 가는 이행기의 강령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강남훈은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기본소득 제도를 실현하려면 무상교육, 무상의료, 토지국유화가 전제돼야 하고 불로소득에 높은 과세를 적용할 수 있도록 조세변혁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게 바로 이재명이 강조한 국토보유세다.

    지난 4월 경기도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석한 강남훈 교수의 발표자료.
     

    자본주의해체에 도움되는매커니즘

    거칠게 해석하자면, 이재명의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주장은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사회주의로 가는 이행기 강령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논문에 나와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이재명 측에서 악성 언론이 악의적 해석으로 바보 글을 쓰고 있다고 마구 공세를 펴기에 똑 알맞은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 경기도에서 3년이나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를 주최해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모든 인류의 경제적 기본권을 실현할 수 있는 복지적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축사를 날린 이재명으로선 괘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팬데믹 시대의 기본소득’에 대해 발표한 가이 스탠딩 영국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공동의장 역시 “기본소득은 ‘지대추구 자본주의’를 해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매커니즘”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심지어 그는 “대한민국의 유력 대선후보가 기본소득을 제안하는 중대한 시기에 발언할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라며 “지대추구 자본주의 아래서는 더 많은 소득과 부(富)가 소유자에게 흘러들어가며 이런 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를 했다.

    그좋다는기본소득,  현실에선 없다.

    이재명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던 기본소득을 현실에 도입한 나라는 그러나, 없다.

    더불어민주당조차 2017년 대선 핵심 어젠다 연속토론회에서 “현실세계에서 기본소득 원형에 ‘가까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은 미국 알래스카 주가 유일하다”고 했을 정도다. 세계적으로 좌파진영에서도 사민당 주류는 기존 복지국가 체제 유지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은 국민에게 상위 10%(이하 토지보유 기준)로부터 걷은 돈을 하위 90%는 나눠 갖게 된다며 국토보유세에 반대하면 바보짓이라고 했다. 국민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누는 증오의 정치다.

    우리는 아직 어떤 국민적 합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를 하면 바보짓, 역적 짓으로 찍히게 됐다. 죽창만 안 들었을 뿐 공산주의와 무엇이 다른가. 나는 이재명이 노리는 이 혁명적 체제 이행이 겁나고 무섭다.

     2021년 11월 17일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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