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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 공무원은 왜 유독 무능할까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11. 18. 08:34

    문재인 정부 공무원은 무능하다.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보면 똑똑하고 능력 있을지 몰라도 조직으로 보자면 이 이상 무능할 수 없다. 특정 부처에 국한하지도 않는다. 과거엔 최고 엘리트만 모였다는 기재부든, 시도 때도 없이 존폐 논란에 시달리는 여가부든, 부처의 권한이나 조직 크기와 무관하게 똑같이 무능하다.

     

    공무원이란 살림하는 주부와 같아서 역설적으로 일을 잘할수록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일을 못 하면 단박에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해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집안 살림이 어렵고 힘든 건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끝은 없고 현상유지에 그치는데, 조금만 손을 놓으면 금세 일 안 한 티가 난다는 데 있다.

     

    공무원이 꾸려가는 나라 살림도 비슷하다. 각 부처 공무원이 평소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해내고 있다면 특별히 일 잘한다 칭찬은 못 들을지언정 국민이 삶을 영위하는 길목에 걸리적거릴 일은 없다. 공무원이 무슨 일 하는지 평소 국민이 신경써서 알 이유가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공무원은 국민 체감과 거리가 먼 요란한 자화자찬으로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정도로는 성에 안 차는지 하루가 멀다고 국민 삶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마치 공무원이 손을 놓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참에 알려주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거 같다.


    코로나 19 발병 이후 온 국민에게 사회주의식 배급제를 맛보게 해준 마스크 대란을 필두로 국민 대다수가 이름도 몰랐던 물질 하나 제때 못 구해서 온 나라가 마비될 지경에 이른 최근의 요소수 사태에 이르기까지 사례는 차고도 넘쳐난다. 영혼없이 청와대 하명만 따르느라 전국 집값을 수직 상승시킨 국토부의 부동산정책이나 서류 조작까지 서슴지 않은 산업부의 탈원전 정책, 심지어 주요 사건에서 기본적 수사력도 보여주지 못한 검·경 등 거의 전 부처가 예외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무능해서 국민을 힘들게 한 정부는 이제껏 경험한 기억이 없다.


    이전 정부 때도 같은 일을 했던 똑같은 공무원인데 왜 갑자기 국민 민폐가 된 걸까. 비단 공무원 집단을 특정할 필요 없이 유능한 사람도 무능한 사람으로 바꿔놓는 일반론을 우선 말해보자면 리더의 편견과 아집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장 리더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의 장 프랑수아 만초니 교수가 일찍이 『확신의 덫』에서 공개한 내용으로, 바로 낙인찍기다. 리더(상사)가 무능하다고, 문제가 있다고 낙인을 찍어버리면 마법처럼 아무리 일 잘하고 유능한 직원도 실제로 무능해져 버린다. '필패 신드롬'이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공무원 처지가 딱 그렇다.


    집권세력인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초기부터 관료 조직을 개혁 저항 세력으로 낙인찍고 적대시했다. 적폐로 몰고 개혁대상이라고 손가락질했다. 그렇게 4년이 이어지니 정말 마법처럼 무능해져 버렸다. 물론 손가락질이 전부는 아니고 부적절한 인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낙인찍기가 그 출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결과 공무원은 마스크도 못 구하고, 백신도 못 구하고, 요소수도 못 구한다. 전부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 탓이 아니라 공무원이라면 응당 대비했어야 할 일을 안 하고 넋 놓고 있다가 벌어진 인재(人災)들이다. 진작에 경고음이 울려도 손가락만 빨다가 문제가 되면 기업만 바라보는 일을 반복해왔다.


    대선을 앞두고 명분 없이 현금을 살포하겠다고 나선 문재인 정권의 재정 포퓰리즘에 맞서 나름 목소리를 내온 기재부라고 다르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혼자 무능해서 '홍두사미'(홍남기와 용두사미의 합성어)로 끝내는 무능을 보여준 게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조직 전체가 무능해졌다. 오죽하면 올해 초과 세수가 10조 원대라고 수차례 밝힌 게 무색하게 여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밀어붙이니 갑자기 세수가 9조원이 늘어났을까. 하다 하다 이젠 부실 세수 추계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무능까지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가진 의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이 정부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집권 여당의 개혁 의제들이 관료의 저항과 사보타주에 번번이 좌절되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대놓고 공무원을 압박해왔다.

     

    그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놓고도 이견을 표명한 기재부를 향해 "기재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강하게 비판했을 정도다.

     

    이렇게 낙인을 찍어버리니 자포자기해서 청와대가 시키는 일만 하는 하청업자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아예 조직을 떠나버린다. 문제는 한 번 이렇게 망가져 버리면 다시 바로 세우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온다. 아무리 일 못 해도 공무원 욕하기 무서운 이유다.

     

    중앙일보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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