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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날 손목시계 빌린 학생, 그날 밤 바로 카톡으로 한말은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11. 20. 06:27
     
    지난 18일 오전 부산 분포고에 방문한 박재범 부산남구청장이 손목시계를 찬 손으로 응원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19일 오후 5시쯤 양털 플리스 재킷을 입은 A(19)양이 부산 남구청 2층의 구청장 집무실에 들어섰다. 한 손에는 갈색 손목시계를 꼭 쥐고 있었다. 2022학년도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던 지난 18일, 입실 마감 10분 전에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으로부터 급하게 빌린 것이었다. A양은 시험 하루 뒤 시계를 돌려주기 위해 집무실을 찾은 것이다.

     

    박 구청장은 전날 용호동 분포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깜빡해 당황하는 예문여고 3학년 A양을 봤다. 박 구청장은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풀어 A양에게 건넸고 “신경쓰지 말고 대박나라”며 다독였다. 이 사연은 수능 당일 내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수험 기간 중 휴대폰을 해지했던 A양은 이날 시험을 마치고 휴대폰을 개통했다고 한다. A양이 처음으로 연락한 것은 박 구청장이었다. A양은 손목시계와 함께 받은 명함 속의 전화번호를 보고, 밤 10시쯤 박 구청장에게 “시계를 어떻게 돌려드려야 하느냐”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박 구청장은 “편한 때 놀러오라”며 A양과 약속을 잡았다.

     

    다음날 집무실에서 만난 박 구청장과 A양은 50분간 수다를 떨었다. A양은 전날 일로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벼락스타가 됐던 일과 대학 진학 계획, 수능이 끝나고 하고 싶었던 일 등을 얘기했다.

     

    박 구청장이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밝힌 뒷이야기다. 박 구청장은 “사실 (A양이) 시험을 잘 봤는지도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작은 아들이 시험 얘기는 요즘 예의가 아니라며 절대 물어보지 말라고 하더라”며 “이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겨우 참았다”고 했다. 이어 “A양의 표정이 편안해 보여 다행이었다”고 했다.

     

    박 구청장이 빌려준 갈색 손목시계는 2018년 구청장에 취임하며 산 것이었다. 그는 “당시 주민들과의 약속에는 꼭 10분 전에 도착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구입했던 시계”라며 “평소에도 차고 다닌다”고 했다. A양에게 시계를 건넬 때도 ‘드디어 시계가 밥값 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명품 아닙니다" 박재범 구청장이 손목시계를 보며 웃고 있다. /부산남구청 관계자가 조선닷컴에 제공한 사진
     

    박 구청장의 시계 브랜드도 관심을 끌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구청장 시계라면 명품일 것” “롤렉스 차고 수능 본 것이냐” 등의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이에 박 구청장은 “(같은 모델이) 인터넷에서 13만원에 판매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명품 시계를 차고 있었더라도 A양에게 건넸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롤렉스를 차고 있었더라도 우리 학생들 시험이 훨씬 중요하지 않느냐”며 “바로 빌려줬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 구청장은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에게 “지금까지 수능 하나만 보고 달려오느라 고생 많았다”며 “또 다른 세상에 나가기 전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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