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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시베리아서 온 호랑이… 애국가 들으면 눈물 나”
    스포츠 조깅 2022. 2. 8. 07:25
     

     

    러시아에서 귀화한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이 베이징올림픽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이번 대회가 인생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란 각오로 대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가슴에 단 태극마크가 부끄럽지 않도록 멋진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대한체육회
     

    러시아에서 귀화한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랍신입니다.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신 ‘시베리아 촌놈’입니다. 2016년까지 러시아 대표로 뛰다가 이듬해 2월 한국 선수로 특별귀화했습니다.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 동료 선수 3명과 한국행을 택할 때만 해도 금세 2014 소치 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안현수)이 대회 3관왕을 이뤄낸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음같이 되지 않았네요.

    귀화가 다른 동료들보다 늦어진 데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난관이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평창 올림픽 스프린트 종목에서 16위를 했습니다. 주위에서는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고 위로했지만, 기대한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나 실망도 컸습니다. 대회 후 러시아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믿어준 한국에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2022 베이징 올림픽을 목표로 달려왔습니다. 다행히 2019년 9월 벨라루스에서 열린 하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7.5㎞ 스프린트와 수퍼 스프린트에서 우승,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국제대회 2관왕에 오르며 밥값을 한 것 같아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시상대에 올라 러시아 국기와 국가 대신 태극기가 펄럭이고 애국가가 흘러나오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러시아를 떠나 한국인이 된 지 2년 반 만에 한국에서 받은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게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또박또박… 한글로 쓴 편지 - 랍신이 직접 손으로 쓴 한글 편지. 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밝히고 국민들의 성원을 부탁했다. /랍신 제공

    하지만 2020년 9월 느닷없이 국제연맹으로부터 ‘임시 자격정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징계 사유는 지난 2013년 12월 도핑 테스트에서 흥분제(S6)가 검출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IBU컵에서 금메달을 땄었습니다.

    대회 도중 목 염증이 있어 대회조직위에 신고한 뒤 기도확장제를 뿌렸는데, 대회 직후 도핑 테스트에서 S6가 검출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당시 IBU는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한 시즌을 통째로 건너뛴 뒤 다행히 징계가 해제되면서 2021-2022시즌을 시작했고, 올림픽에 도전하게됐습니다. 지난 1월 프랑스 안시에서 열린 4차 월드컵대회 스프린트에서 10위에 올라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가 인생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란 각오로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가슴에 단 태극마크가 부끄럽지 않도록 멋진 경기를 펼치고 싶습니다. 국제대회에서 마주치는 러시아 동료들이 “네가 왜 한국 대표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어깨와 모자, 가슴에 단 태극마크가 더 자연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겁니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결합된 경기로 고도의 심폐력을 요합니다. 동계 올림픽 난이도 1위 종목으로 꼽습니다. 빅토르 안이 러시아로 귀화해 소치 올림픽 3관왕을 차지하며 러시아에서 전혀 관심 받지 못하던 쇼트트랙의 이미지를 바꾼 것처럼 저도 바이애슬론을 한국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오늘(3일) 베이징에서 34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베이징에 도착한 뒤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다시 다짐을 합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호랑이는 평소 발톱을 보이지 않는다. 먹잇감이 다가와야 근육을 긴장시키고 발톱을 세운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먹잇감을 노리는 호랑이처럼 결전의 날을 기다립니다. 호랑이 해에 ‘시비르스키 찌그르(Сибирский тигр·시베리아 호랑이·랍신의 별명)’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편지는 랍신이 보내온 러시아어 편지와 손으로 쓴 한글 편지 그리고 전화 통화 등을 종합한 것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귀화한 바이애슬론 대한민국 대표 티모페이 랍신입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수 생할(생활의 오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죄선(최선의 오기)을 다하겠습니다. 바이애슬론 선수들 응원해 주십시요. 대한민국 화이팅!”이라고 직접 한글 손글씨를 써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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