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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벌판 건물 한 채 한전공대, ‘대못 박기’ 탓 세금만 117억카테고리 없음 2022. 3. 23. 07:53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설립된 전남 나주 한전공대가 졸속으로 개교를 서두르면서 안 내도 될 종부세 100억원과 재산세 17억원을 징수당했다. 원래 학교 용지는 보유세를 안 내도 되지만 문 정부 임기 안에 문을 열겠다며 학교 시설도 못 지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개교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세금을 면제받으려면 강의실·기숙사 등이 있어야 한다는 세법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한마디로 정권의 ‘대못 박기’에 맞추느라 안 내도 될 세금을 낸 셈이다.
지난 2일 개교한 이 학교는 현재 4층짜리 행정동 건물 1개만 달랑 세워져 있다. 축구장 48개 면적인 40만㎡ 부지 대부분이 허허벌판이다. 학교 용지가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강의동·연구동·도서관·학생회관·기숙사 등 시설 설계도와 안전 확인서 등의 서류를 제출해 건축 허가라도 받아야 하는데 제대로 된 건축 계획조차 못 만든 채 개교부터 하고 본 것이다. 결국 행정동이 세워진 땅만 세금 감면을 받고 나머지 98% 부지엔 보유세가 부과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건설 회사가 골프장 부지를 학교 용지로 기부할 당시 감정가 806억원의 15%에 해당하는 돈이 세금으로 날아간 것이다. 건설 회사는 나머지 땅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겠다고 해 반발을 부르고 있다.
통상 대학 설립을 위해선 학교 부지와 교직원, 건물, 수익용 재산 등을 갖춰야 해 최소 6년이 소요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행정동이 착공도 안 된 상태에서 2년 전 법인 설립을 인가해주고 민주당은 작년 3월 한전공대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대선 전 개교’라는 정치 일정에 맞추느라 무리를 하다 보니 곳곳이 부실투성이다.
한전공대는 교수 40여 명과 1학년 학생 110명을 뽑아 놨지만 이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에너지 특성화 대학이라지만 전국 유수 대학들에 이미 있는 에너지 관련 학과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밑 빠진 독처럼 이 학교에 돈을 대야 하는 한전은 골병이 들어있다. 향후 10년간 투입될 1조6000억원 중 절반을 떠안기로 한 한전은 탈원전에 고유가가 겹쳐 146조원 빚더미에 올라 있다. 올해도 20조원 적자가 날 판이다.
안 그래도 학생 수 감소로 문 닫을 대학이 수두룩한데 애초 정치적 의도로 탄생한 학교가 무슨 수로 버티겠나. 이대로 가면 정부 말을 믿고 입학한 학생과 교원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학생 피해를 더 키우기 전에 문제를 수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