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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성당이 된 한국 정당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2. 7. 7. 06:57

     바야흐로 성전의 시대다. 성(聖)스러운 전쟁이 아니라 남녀 성(性)이 싸움의 주 원인이 되는 전쟁이다. 5년 전 전 충남지사의 성 문제 폭로가 나왔을 때 그것이 한국 성전(性戰) 시대의 개막이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 성전의 주 무대는 정치다. 성 문제는 어디에나 있지만 정치만큼 크게 확전되는 곳은 없다. 전 부산시장의 추문에 이어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와 자살은 한국 정치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승승장구하던 민주당이 이 두 성 사건의 연이은 돌출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준석 당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 회의 도중 잠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충남지사 성 사건 이후 민주당에선 성전이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바로 그즈음에 전 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더니 호텔서 여대생 추행 의혹이 불거져 출마를 포기했다. 다른 의원은 과거 노래방에서 성추행 의혹이 나와 의원직 사퇴 선언을 했다. 보좌관이 성폭행을 저질러 탈당해야 했던 민주당 의원도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인 인터넷 회의 도중 ‘00이’라는 저속한 성적 표현을 쓴 의원도 있었다. 들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데 ‘짤짤이’라고 변명을 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출마가 유력하던 의원은 보좌진을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와 출마를 포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조차 여배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와중에 정의당 대표도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했다. 지난 수년 동안 민주당에서 제일 큰 문제는 언제나 성이었던 것 같다.

     

     

    그러더니 국민의힘 대표도 성 문제로 당 윤리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에선 이 성 문제가 당내 권력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요즘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새 정부 국정이 아니라 성 문제로 대표가 낙마하는지 여부라고 한다. 국민의힘 대표는 우리 사회 젊은 층 성 갈등(젠더 갈등)의 한가운데에 서 있기도 하다. 지난 대선에서 젊은 여성 상당수는 국민의힘 대표가 싫어서 민주당을 찍었다고 한다. 젊은 남성은 그 정반대라고 한다. 남녀가 인생에서 서로 가장 가까워야 할 스무 살, 서른 살 나이가 한국에선 서로 가장 멀게 됐다. 국민의힘은 남녀 성 갈등과 대표 성 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 정당이 됐다.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政黨)이 날이면 날마다 성 문제가 주 의제가 되는 성당(性黨)처럼 돼 버렸다. 한국의 이 정치 성당들은 하느님을 모시는 진짜 성당(聖堂)과 발음이 같을 뿐이지만, 비슷한 점도 몇 개 있다. 한국 정치 성당들도 헌금을 받는다. 다만 진짜 성당이 자발적으로 낸 헌금을 받는 것과 달리 한국 정치 성당들은 국민이 강제로 낸 세금을 받아 운영한다. 그러면서 ‘혈세를 받아 쓰고 있다’는 엄중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성당에 성경이 있듯이 한국 정당들에게는 정강(政綱)이 있다. 정강은 정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한국 정당의 정강도 읽어보면 나름 거룩하다. 그런데 성경 말씀은 사람들이 따르려고 노력하지만 따르기가 힘들고, 한국 정당 정강은 누구도 지키려 하지 않고 지키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는 점이 다르다. 민주당은 자신들 성 문제 등 중대 비위로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반성하는 뜻으로 그 선거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정강을 만들었지만, 막상 전 서울시장 성범죄로 보궐선거가 생기자 정강을 바꾸고 후보를 출마시켰다. 한국 정당은 성경과 같은 정강을 필요에 따라 바꾼다.

    성당에 신부들이 있다면 정치 성당들에는 의원이 있다. 신부들 중에도 이상한 사람이 없지 않지만, 정치 성당 의원들 중에는 이상한 사람이 상당히 많다. 정치 성당의 여성 의원들은 자기 당 의원이 성범죄를 저지르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 여성을 공격한다.

     

     

    성당의 신도는 정당에선 지지자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당엔 유독 광신도가 많다. ‘0빠’로 모자라 이제 ‘개딸’까지 나왔다. 지난 대선 여론조사에서 ‘대장동 의혹의 주범은 윤석열’이라고 답한 사람이 37%에 달했다. ‘광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나. 이들도 지지 정치인의 성 비위를 무조건 덮고 피해자를 비난한다.

    세계 어느 나라 정치권에서도 성 문제는 불거진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성 문제로 탄핵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당들처럼 이렇게 성 문제로 날이 새고 지는 곳이 또 있는지 의문이다. 성범죄로 도지사가 감옥에 가고, 서울시장이 극단 선택을 하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져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성 문제가 벌어진다. 치명적 성 사건조차 교훈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권에 성 사건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당은 제 편이기만 하면 품성·자질 상관없이 누구나 공천하고, 국민도 제 편이면 아무나 찍어주는 정치 풍토도 그런 구조적 문제일 것이다.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있어야 하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다. 이런 기본이 돼 있지 않은 정치에서 이제 정당이 성당이 되는 것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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