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른 대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당헌·당규를 고쳐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법원이 비대위를 구성할 정도로 ‘비상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한 만큼 ‘비상상황’을 새로 규정해 법원 판단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총 결의문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추가 징계를 촉구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곧바로 거센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헌·당규 개정과 새 비대위 구성이라는 위기 수습책을 선택했지만 지금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해체된 최고위원회 체제로의 복귀는 불가능한 만큼 비대위 체제는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 아래 나온 우회적 해법이지만 당장 5시간 넘게 난상토론이 벌어진 의총에선 “비대위 전환 자체가 문제”라는 반론이 적지 않았다. 이 전 대표가 또 다른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더 큰 분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 해법대로라면 새 비대위 구성도 이른바 ‘윤핵관’ 중 핵심인사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맡게 된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이후 대표직무대행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는 ‘내부 총질’ 문자 노출로 극심한 당내 갈등을 유발한 책임자이면서 이후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이끈 주도자였다. 그런 책임론의 중심에 있는 그가 다시 새 비대위 구성을 주도한다면 과연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권성동 비대위’는 더더욱 안 될 말이다.
그렇게 갈등과 혼란을 겪고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근본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은커녕 볼썽사나운 권력투쟁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한편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눈엣가시 같은 젊은 당 대표의 복귀만은 막아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고, 다른 편에선 권력 주변에 몰려든 이들에 대한 분노를 쏟아놓는다. 서로 남 탓하기에 바쁠 뿐 누구 하나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도 없다. 이러다간 지금의 혼돈을 넘어 파국으로 가는 뇌관을 건드리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