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장 재임 시절 뇌물 수수와 공여, 직권남용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은수미 전 시장이 지난 16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에게 수사 기밀을 넘겨받는 대가로 그 경찰관이 요청한 특정업체와의 납품 계약 체결, 성남시 공무원 인사 청탁을 들어준 혐의다. 공개된 판결문을 보니 은 전 시장은 경찰관의 인사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아무 잘못도 없는 공무원에게 좌천성 인사 조치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자신의 수사 기밀을 넘겨 받는 대가로 경찰관의 내연녀인 6급 보건공무원을 보건소 팀장급 보직에 임명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한다. 경찰관이 “보건소장을 전보한 뒤 팀장 보직을 달라”고 요청하자 은 전 시장은 감사팀에 비위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감사팀이 비위 사실이 확인 안 된다며 내부종결하자 보건소장을 좌천성 전보조치한 뒤 경찰관 내연녀에게 팀장급 자리를 줬다는 것이다. 무슨 범죄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파렴치 범죄다.
은 전 시장은 2018년 성남시장 선거 때 성남 지역 조폭 출신 사업가로부터 차량 편의와 운전기사를 제공받았다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당선 후 기소됐다. 2심 재판은 당선무효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검사가 항소 이유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그런데 이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관에게 수사 기밀을 건네받고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또 기소돼 이번에 법정구속된 것이다. 자신의 불법을 덮기 위해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은 전 시장은 1990년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으로 복역했던 운동권 출신이다. 이후 노동 전문가 이력을 앞세워 민주당 의원이 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낸 뒤 2018년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그의 추락을 보면서 겉으론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고 뒤로는 정반대로 행동했던 운동권 좌파들의 위선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