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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뒤 더 강해진 韓 반도체, 이번에도 이겨낼 수 있다스크랩된 좋은글들 2023. 2. 3. 06:57
한국 경제의 주력인 반도체 산업에 위기론에 고조되고 있다. 작년 4분기 대만 TSMC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8% 늘어나는 동안 삼성전자는 97%나 격감했고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적자를 냈다. 한국이 장악한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침체에 접어든 반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는 TSMC의 견고한 아성에 고전하면서 이중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1984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자 세계 시장을 장악한 일본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삼성을 죽이겠다고 달려들었다. 2007년엔 세계 반도체 ‘치킨 게임’이 벌어졌다. D램 가격이 10분의 1 토막 나는 처절한 덤핑 전쟁 속에서 일본·미국·독일 업체들이 하나둘 무너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끝까지 버텨내 메모리 시장을 차지했다. 한국 반도체 40년사는 전체가 위기 극복의 역사다.
이번 위기는 반도체 패러다임 변화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반도체 생태계는 메모리 아닌 파운드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인공지능·빅데이터·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이 이 흐름을 가속화했다. 대만은 나라 전체가 총동원돼 견고한 파운드리 아성을 쌓았다. 여기에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 패권 경쟁이 겹쳤다. 미국은 반(反)중국 반도체 동맹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중국 시장을 의식해 미국 중심 ‘칩 4 동맹’에 적극 가세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미국 설계, 일본 소재, 대만 생산’이라는 새로운 분업 구도가 굳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다.
세계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연합 간 경쟁 구도로 변했다. 경쟁국들이 국가 차원의 반도체 전략을 펼치는데 한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 투자 속도, 인력 확보, 팹리스(반도체 설계) 생태계 등 모든 면에서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다. 한국의 팹리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에 불과해 대만(21%)의 10분의 1도 안 된다. 대만은 반도체 지원법을 반년 만에 통과시킨 반면 한국 국회는 알맹이는 다 빠진 반쪽짜리 지원법조차 발목을 잡고 시간을 끌었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대만은 3년, 한국에선 8년이 걸린다. 어떻게 이기겠나.
기업은 여건만 갖춰지면 살기 위해 전력을 투구한다. 문제는 정치다. 반도체만은 정쟁의 예외 지대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풀어 반도체 인재 확보를 돕고, 대미 통상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국회는 조속히 반도체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정부, 기업, 정치가 ‘원 팀’이 되면 역전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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