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2020년 자기가 원하는 판사가 대법관 후보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 간부를 통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승용 부장판사가 법원 게시판에 제기한 의혹이다. 대법관 임명은 후보추천위가 여러 후보자를 대법원장에게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과거엔 대법원장이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제시할 수 있어 후보추천위가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후보자 추천엔 관여하지 않겠다며 2018년 5월 관련 규칙을 개정해 대법원장의 ‘후보 제시권’을 삭제했다. 그래 놓고 뒤로는 자신이 원하는 판사를 후보로 제시했고, 그 판사가 실제 대법관이 됐다는 것이다.
송 부장판사는 2020년 7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장과 점심을 먹다가 김 대법원장의 개입이 의심되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대법원장 측근인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이 후보추천위원장에게 대법원장의 ‘의중’이 담긴 특정 판사를 거론했다는 말을 들었고, 그 판사가 이흥구 현 대법관이라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과 이 대법관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인사총괄심의관은 그 무렵 추천위원장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위원장 질문에 답변한 것”이라고 했다. 적극적으로 추천 후보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소극적으로 전달됐다는 대법원장의 의중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였겠나.
김 대법원장은 그동안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숱하게 보였다. “법관 독립 침해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해놓고 지난 문재인 정권 때 법관 탄핵을 추진하는 여당에 잘 보이려고 탄핵 대상으로 지목된 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 그래 놓고 그런 일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가 결국 들통이 났다. 사법 개혁을 약속해 놓고는 자신과 이념적 성향이 같은 우리법·인권법 출신 판사들은 요직에 앉히고 문재인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들은 한직으로 보냈다. 민주적 사법 행정을 하겠다며 법원장을 판사 투표로 뽑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해 놓고는 문 정권에서 친정권 성향 판결을 한 판사를 최다 득표자가 아닌데도 법원장에 임명했다. 민주적으로 했다는 포장만 씌워 결국 ‘자기 사람’ 앉힌 것이다. 자신을 임명한 정권의 이중성과 빼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