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는 ‘건설 재난’에 취약한 사회가 됐는가. 부실 공사는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까지 갈 것도 없다. 불과 1년 반 전 건설 근로자 6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만 봐도 그렇다. 최상층 슬래브(콘크리트판)가 무너지며 아래층까지 도미노로 붕괴된 건,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았고 당연히 있어야 할 동바리(지지대)가 조기 철거되면서 위층 하중을 못 버틴 데다 콘크리트 불량에 부실 감리까지 겹쳤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올해 4월 검단신도시 주차장 공사에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됐다. 이곳 역시 설계와 다르게 시공됐고 불량 콘크리트를 썼고 있어야 할 철근이 없었다. 주차장 위는 놀이터였다. 입주 전 인부가 없는 주말이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지 입주 후였다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참사를 겪을 수도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는 촉박한 공기(공사 기간)와 인력난을 건설 안전 위협 요인으로 꼽는다. 일례로 건축사가 그린 도면을 ‘건축구조기술사’가 검토해야 하지만 관련 인력은 태부족하고 검증 기간도 촉박하다. 인허가를 하는 지자체도 건축구조기술사를 확보해서 관할지 공사가 제대로 되는지 따져봐야 하지만 2년 가까이 직원을 못 뽑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장 인력 역시 고령화된 데다 내국인은 부족하다. 현장 경험이 부족해 숙련도가 떨어지고 의사소통까지 힘든 외국인을 쓴다. 감리라도 제대로 작동하면 다행이지만, 봐주기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역을 뛰다 퇴직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껄끄러운 일을 만들기 싫어 육안으로 보고 넘어가며 자리 보전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이 돈이어서 공사를 재촉하는 문화도 문제다. 아파트는 대개 공기를 3년 잡는데 기상 악화나 하청업체 부도 등으로 공사가 늦어지면 손실이 막대하다. 대부분 선분양이어서 지체보상금을 부담해야 한다. 인력 전문성과 숙련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시간에 쫓겨 공사하면 부실의 여지도 더 커진다.
건설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수십 년째 얼기설기 얽혀 있어 한 번에 풀기 쉽지 않다. 건설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카르텔로 가둬 버리고, 부실이 발생한 것은 이전 정부의 일이라고 규정해 버리면 문제의 원인이 명쾌해지는 착시 효과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안 된다.
국민 안전을 위한 문제는 정치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어떤 정권이든 안전은 최우선시돼야 한다. 건설 현장에 수십 년간 복합적으로 묵은 관행과 악습을 꼼꼼히 해부해서 그 원인을 들여다보고 수술하지 않으면 사고는 언제든 날 수 있다. 카르텔 그 너머까지 봐야 한다.
2023년 8월 5일 동아일보 김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