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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체포특권 포기, 말장난하지 말고 법을 바꿔라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3. 8. 23. 07:36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쇼’  정치인 말은 뒤집으면 그만
    포기 선언이 진심이라면  ‘방탄 국회 방지법’ 논의해야

     

    국회의원들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은 예상대로 한바탕 쇼로 끝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의원총회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의했지만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정당한 영장인지를 법원이 아니라 자기들이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방탄 국회를 자초했다는 비판에 떠밀려 이런 결의를 했지만 속으론 계속 특권 뒤에 숨겠다는 말장난일 뿐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2명 중 110명이 서명한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도 믿기 어렵다. 법적 구속력 없는 말뿐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 말은 언제든 뒤집으면 그만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그 대표 사례다. 그는 대선 때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지만 대선 후 방탄 국회를 계속 열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그래 놓고는 지난 6월 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고, 지난 17일 검찰에 출석할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말도 믿을 수 없다. 그는 3년 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때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가 이를 이틀 만에 뒤집으면서 “말로 어디 해놨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하면 바보 아니냐”고 했다. 이게 그의 진심일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불체포 특권은 의원 개인이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기 중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정부는 체포 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표결로 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원에 대한 국회의 체포 여부 동의 권한이지 의원 개인이 행사 여부를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 중 김웅 의원이 서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의원들이 서약서 쓴다고 그 제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정치 공세나 캠페인 차원에서 헌법상 제도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법적으로는 김 의원 말이 맞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21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사인한 후 서약서를 들고 있다./뉴시스
     

    17세기 영국에서 도입된 이 제도는 의회에 대한 행정부의 부당한 압력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제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국회의원들이 법망을 벗어나는 시대착오적 특권으로 이를 악용한 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제도를 정비하면 된다. 지금 당장 헌법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 틀을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적어도 방탄 국회 제한 규정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웅 의원이 지난달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100명)이 요구하면 15일간 임시회를 열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한창일 때 이 대표 방탄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임시회를 열었다. 보통 임시회가 한 달씩 열리는데 방탄용이 분명한 경우 일정 수의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면 보름 동안은 임시회를 열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이에 검찰은 비리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에 대해 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 없이 법원에서 영장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헌법 취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방탄 국회를 막는 방법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아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했던 의원들도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여야 의원들끼리 말싸움만 하고 있다. 어차피 포기할 생각이 없었으니 그럴 것이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나 진정성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있다면 이 법안에 대한 논의라도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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