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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본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낙서장 2017. 5. 5. 06:50

    몇 달전 옛회사모임단체인 한전 전우회에서 문화상품권이 받았다. 그것을 들고 서점으로 가서  이책저책 뒤적거리다가 박연미의 “In Order to Live" A North Korean Gir's Journey to Freedom 이란 북한 탈출기 영어책을 봤다. 책장을 넘겨보니 영어책이긴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으면 읽을수있겠다는 생각에 샀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놓고책을 읽어가며 모르는 단어는 컴퓨터 사전을 보며 읽기도하고 영어실력이 짧아 해석이 오락가락하는 내용에 대해서 구글의 번역기를 가동시켜놓고 찾아보기도 했지만 신통치는 않았다. 하여간 일주일쯤에 다 넘겨보았다.

     

    읽보본후 다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내가본 것을 당신이 알았더라면이란 제목으로 한국어로 번역되어 서점에 있다는것도 알았다. 서점에 가서 의자에 앉아 몇시간에 걸쳐 다읽었다. 공짜로 읽으려니 미안한 감도 들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이책의 저자는 언니를 찾기 위해 TV 채널A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박예주’라는 가명으로 출연했던 ‘박연미’다. 연설 이후 《워싱턴 포스트》《가디언》등에 ‘북한 장마당 세대의 의식 변화와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논평을 기고하였고, 다양한 국제회의에서 연설하며 영국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책을 읽은 내용이 머리에 남는 것은 어린 시절 그녀는 등굣길에 사람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고, 밥 대신 초목과 곤충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태어났다. 김일성 사망 전후 1990년대 불어 닥친 기근과 경제 붕괴로 식량 배급 체계가 무너졌다. 북한 주민은 생존을 위해 주도적으로 살 길을 모색했고, 그 결과 외국 물건이나 국가 재산 등을 사고파는 불법 거래가 활성화하게 되었다. 이른바 ‘장마당(암시장)’은 주민의 식량을 책임질 수 없는 북한 정부 역시 허가하게 되었고, 이는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아 주민의 의식이 변하는 등 북한 정권의 약화를 불러올 변화의 씨앗이라고 시사한다. 북한은 자본주의를 비난하면서도 밀수입된 남한의 화장품을 사거나 외국 드라마와 영화를 탐닉하는 등 이중사고에 빠진 상태였다.

     

    그녀의 아버지도 밀수입에 뛰어들어 한때 유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곧 불법 사업이 발각되며 집안이 몰락했다. 아버지의 복역으로 가난에 허덕이다 결국 탈북이라는 위험천만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자유라는 거창한 이념을 따라 북한을 떠나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자유가 무엇인지 몰랐다. 들은 적도 배운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따뜻한 밥 한 그릇이 간절했을 뿐이었다.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간 언니를 찾기 위해 그녀는 엄마와 함께 2007년 중국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그곳은 어쩌면 북한보다 더 험하고 잔인한 세계였다. 눈앞에서 엄마가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엄마는 65달러, 그녀는 260달러에 물건처럼 노예로 팔렸다. 다음 알선책으로 넘어갈수록 몸값이 올라갔다. 이후 아버지도 어렵게 중국으로 넘어왔지만 병세가 깊어 곧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그녀가 보낸 2년간의 세월은 끔찍한 악몽의 연속이었다.

     

    기독교 선교단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입국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뼛속까지 시린 추위의 몽골 고비 사막을 거쳐 국경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첫 자유를 경험했다. 15년 만에 경험한 자유는 만약 북송이 된다면 그녀의 목숨을 북한이 아닌 자기 손으로 끊겠다는 최초의 선택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2009년 한국에 도착했지만 운명은 그녀를 편하게 두지 않았다. 탈북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이방인에 대한 사람들의 멸시와 무시, 편견이 그녀를 짓눌렀다. 이불 속에 숨어 울음을 삼켜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똑똑하고 용감했다. 지금까지 어려운 역경을 모두 헤쳐 나온 것처럼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공부에 전념했다. 그 결과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합격했으며 영어에도 능통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뒤늦게 그녀의 언니도 한국에 정착하여 7년 만에 가족이 함께 모여 살게 되었다. 삶에 대한 그녀의 강한 의지가 자유로 이끌었고, 전세계 사람이 주목하는 인권운동가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했다.

    그녀는 같은 희생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을 위해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이 책을 완성했다. 이책을 원문으로 읽을때는 단어 찾아읽는 부담때문인지 호기심 연속으로 읽었지만 한글판을 읽을때는 감정이입이 되어  중간 중간 눈물을   숨겨가며 읽었다.  여러분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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