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검증 통과, 대통령 재가만 남아 北 고위층에 한국행 유인책 될것”
쿠바-佛서 北외교관-가족 작년 탈북
탈북 고위 외교관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전 의원(사진)이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 전 의원의 임명이 확정되면 역대 정부 최초로 탈북민을 차관급 임명직에 기용하는 사례가 된다.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태 전 의원은 최근 대통령실로부터 민주평통 사무처장 인사 검증을 거쳐 조만간 인선 발표만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재가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과 대통령 기념사에서 밝힌 탈북민 포용 정책 등의 의미들을 두루 고려해 고심 끝에 내린 인사”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고위 인사도 “탈북민이 와서 차관급으로 임명직에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탈북을 시도하려는 고위층에게 한국행을 결심하는 확실한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태 전 의원은 주영국 북한공사로 근무하다가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최고위급 탈북민 출신 인사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강남갑에 출마해 당선돼 국회의원을 지냈고 22대 총선에서 여당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구로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태 전 의원은 당초 대사직 또는 내각 입각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신변 안전과 임명직의 상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 같은 인선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통은 정부의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헌법기관이자 대통령 자문기구다. 국내 228개, 해외 45개 지역협의회를 기반으로 통일 정책은 물론이고 지역 공동체 의사결정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6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한편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국으로 온 고위급 탈북민이 2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에만 10명 안팎의 고위급 탈북민이 입국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비슷한 규모로 고위급 탈북민이 들어왔다고 한다. 특히 올해 입국한 고위급 탈북민 중에는 외교관보단 무역일꾼 등 주재관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지난해 11월엔 주쿠바 북한대사관의 리일규 참사가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바에서 두 차례 근무한 ‘남미통’인 리 참사는 직무 평가 등으로 외무성 본부와 갈등을 겪다가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말 프랑스에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 가족도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러시’가 올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